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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이 한국의 경제와 한.일 경제협력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54년 만의 정권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겠지만 한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양국 간 교역에도 별다른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아시아에 상당한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단 상태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전시키고 아세안을 포함한 동북아의 경제협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경제에 별 영향 없을 것..일부 분야 수출길"
민주당의 경제정책 노선이 자민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한일 경제관계가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가 아니어서 한국 경제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상당한 수준의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일본의 정권 교체로 인해 양국 간 교역의 폭이 크게 늘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정성춘 일본팀장은 "한일 경제관계는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스스로 거래해온 측면이 강하다"며 "양국의 무역구조가 바뀌거나 거래처가 변경된다든지 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이 수출의존형 산업구조를 내수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정책 방향은 일본의 내수시장이 지금보다 커진다는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작으나마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코트라는 정보기술(IT), 환경, 나노테크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한국의 수출기회가 늘어나고 자동차 부품과 의료용품, 실버, 육아용품 시장 진출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성춘 팀장은 "우리의 대(對) 일본 수출품목 중 소비재보다는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내수 확대는 주로 서민생활과 관련된 소비재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내수활성화가 대외 교역비중을 늘리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교역 증가를 점치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일FTA 진전 기대..동북아 경제협력 강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외교정책 변화가 가져올 경제 부문의 영향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에 아세안을 포함한 동북아의 경제협력 증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일본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2003년 10월 공식협상 개시를 선언했지만 이듬해까지 진행된 6차례 협상에서 제조업과 농업 개방문제 등을 놓고 입장차를 줄이는데 실패,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다만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역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다 일본 역시 농민단체의 반발이 심해 급진전을 보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높다.
대신 전문가들은 아세안을 포함한 동북아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경제위기시 긴급 자금지원을 위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공동기금 설치문제나 아시아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 구상에서 나온 역내채권투자기구(CGIM) 설립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자민당에 비해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CMI나 ABMI에서 종래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일 간 다툼이 치열해질 경우 상대적으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발언권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