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조전혁은 '김제동쇼' 그만하라 
    정부와 여당 인사 중 누가 김제동을 탄압했단 말인가
     
    지자체 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계속 허우적대고 있다. 44전 전패의 기록을 남긴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이지만, 한 정치세력의 위기는 선거의 패배 탓에 오는 것이 아니라 원인 분석을 잘못했을 때 시작된다.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들부터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남경필과 조전혁 의원의 그릇된 원인분석이야말로 한나라당이 점점 더 위기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내 기억으로 한번도 한나라당에 대해서 왈가불가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여러 애국우파 인사들과 달리 한나라당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유일한 정통 민주화세력의 정당 평민당을 잘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게 나의 정치적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에 남경필과 조전혁 의원의 김제동 발언만큼은 내 나름대로 정확히 아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한해서만 이들의 잘못된 진단을 바로잡겠다.

    정부와 여당에서 대체 누가 김제동의 방송출연을 막았단 말인가

    남경필 의원은 21일 방송된 MBC 표준 FM ‘뉴스의 광장’을 통해 김제동과 관련하여 “김제동은 개인적으로 잘 알아 가끔 술도 같이 먹는 친구이다.”라며 “그가 무슨 좌파, 우파이고 빨갱이냐. 그는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좋았고 그를 좋아해 사회를 봤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방송을 못하게 한 것은 촌스러운 짓이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발언은 거의 전 연예매체가 인용보도했다.

    남경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누군가 방송사에 압력을 넣어 김제동의 방송출연을 막았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김제동의 방송하차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KBS ‘스타골든벨’의 하차와 최근 지자체 선거를 이틀 앞두고 엠넷의 ‘김제동쇼’ 무산 관련 소속사에서 대대적으로 김제동 외압설을 퍼뜨린 건이 전부이다.

    김제동의 ‘스타골든벨’ 하차에 대해서는 미디어워치에서 이병순 사장의 충성쇼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남경필 의원의 말대로 김제동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했고, 동아일보에 고정필진으로 활동했으며, 조선일보와 이벤트를 같이 하는 등 행태로만 보면 좌파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김제동이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와 여당에서 왜 KBS에 압력을 넣었겠냐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 함께 일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사 사회를 봤으며, 여당의 실세인 남경필 의원과도 평소 술자리도 자주 한다는 친여권 우파 인사 김제동을 대체 무슨 목적으로 탄압하겠냐는 말이다.

    그 때문에 KBS 사장 연임을 앞에 둔 이병순 사장이 쓸데없이 충성쇼를 벌인 게 아니냐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었다.

    이에 대해 이병순 사장은 몇몇 매체에 강하게 이를 부인했고, KBS 실무진들은 “김제동이 점차 방송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단순한 대사조차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서 교체했다”는 뜻을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미 최근 1, 2년 사이 김제동의 인기는 하락세였고, ‘스타골든벨’ 이전에 ‘연예가중계’부터 하차가 시작되었다. 김제동의 ‘연예가중계’ 하차 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노무현 추모 건 이전의 일이다. 이것도 탄압이란 말인가.

    김제동과 소속사 스스로 친노인사 이미지 부각시켜

    사실관계로 볼 때, 빨갱이일 수 없는 김제동이 친노인사로 부각된 것은 그의 소속인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가 ‘스타골든벨’ 하차 이후 느닷없이 탄압설을 퍼뜨릴 때부터였다. 김제동의 노무현 추모글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이렇게 먼저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이었다. 우파 진영에서 이 글 가지고 비판한 사람도 없다. 그냥 자기들이 스스로 김제동을 친노인사로 규정하면서 탄압설을 흘렸고, 김제동은 그때부터 친노인사가 된 것이다.

    미디어워치의 시각은 김제동이 그토록 방송에 불성실하다면 소속사에 상황을 납득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이병순 사장의 충성쇼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엠넷 건을 보면서 문제는 KBS 측이 아니라 김제동 측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엠넷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로는 수시로 김제동 측의 요청에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김제동 측은 지자체 선거 이틀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방송 무산을 선언하며 탄압설 유포에 나섰다. 각 연예 기자들로부터 확인한 바로도, 엠넷 측은 현재까지도 김제동 측의 정략적 행태를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김제동은 일체 방송에서 하차시킬 수 없는 성역인가

    엠넷은 대표적인 상업방송이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에서 엠넷까지 감시할 만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혹은 부지런함을 갖춘 인사가 누가 있는가? 엠넷이 밝힌 대로 김제동이 자꾸 친노행사에 나가게 되면 당연히 안티팬들이 늘게 되고, 이는 프로그램의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나라당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노무현 정권은 물론 지금까지도 출연에 불이익받는 것과 똑같다. 압력이 없어도 흥행논리로만 따져도 김제동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그램 실패가 뻔히 보여도 탄압설이 무서워서 상업방송이 그대로 김제동을 안고 가야한다는 말인가. 남경필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상업상송에 대한 압력 아닌 압력이다.

    남경필 의원의 논리라면 김제동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절대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하차를 시키면 안 된다. 수많은 연예인들은 각종 연예프로그램에서 수시로 승차와 하차를 반복한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구도에 놓여있는 연예프로그램과 연예인의 특성 탓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앞으로 김제동은 그 어떤 방송사도 함부로 캐스팅할 수 없다. 연예프로그램은 한달, 아니 단 한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만 제작되고 무산되는 예가 허다하다. 그런데 왜 김제동과 그의 소속사 연예인들만 이에 대해 특혜를 주장하냐는 말이다. 이런 정치적인 소속사의 연예인들은 방송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캐스팅 자체를 할 수 없다.

    조전혁, 자기 콘서트 실패와 김제동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남경필 의원과 마찬가지로, 조전혁 의원도 전혀 엉뚱한 맥락에서 김제동 건을 끼워넣었다. 그는 국회 상임위까지 불참하면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일명, '조전혁 콘서트'가 연예인 불참으로 무산됐는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분이 좋을 수가 있나. 김제동씨가 진짜 억울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 난 내가 당한 것도 싫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남이 당하는 것도 싫다. 실제로 '조전혁 콘서트'는 정치 멘트 하나도 없는 행사로 기획했다. 주변 분들이 콘서트로 모금도 좀 하고 신나게 놀자고 했는데... 출연이 예정됐던 연예인들은 (악플 때문에) 겁나 죽겠다고 했다. 내 홈페이지에도 비난이 융단 폭격처럼 쏟아졌는데,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조전혁 콘서트는 그야말로 개그콘서트였다. 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법을 무시하고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뒤, 벌금을 맞자 갑자기 내려버린 괴이한 행태에 대해 콘서트로 후원하자는 수준 이하의 발상이었다. 처음부터 이 콘서트는 성공할 수 없었으며, 그 어떤 연예인도 이런 정치적 행사에 선뜻 참여하기란 부담스러웠다. 물론 똑같은 상황에서도 친노좌파 측은 유유히 김제동과 같은 자신들의 연예인들을 불러댈 수 있으나, 한나라당은 실력부족으로 안 되는 거였다. 결국 참석을 약속했던 연예인들이 놀라서 다들 도망갔고, 앨범을 낸 경험이 있는 정두언 의원의 단독 콘서트가 되었다는 비아냥만 듣고 끝났다. 친노매체와 포털이 대대적으로 풍자 보도를 한 이 개그콘서트 한방으로 20대와 30대의 표 100만표는 족히 날려먹었을 것이다.

    이런 해프닝과 김제동 건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김제동은 정치인들이 즐비하게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이 난무했던 노무현 추모콘서트에 나갔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표현 대로 정치적 멘트도 없는 그 콘서트에서조차 연예인들의 섭외에 실패했다.

    당대표까지 출마한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개혁할 생각을 해야지, 멀쩡히 정치 행사에 잘 참여하고 있는 김제동 타령을 하고 있는가? 누가 김제동이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 막았단 말인가? 김제동이 당한 게 뭐가 있냐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과 조전혁 의원의 김제동 쇼를 보면, 단지 이 한 건이 문제가 아니고, 이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대중과 야합하려는 정치적 기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으로 필수적인 기술이긴 하나, 최소한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면 사실관계까지 왜곡시키면 안 된다.

    김제동은 정치에 참여하는 선진국의 연예인들과 달리 정책적 노선에 대한 발언은 일체 하지 않는다. 그냥 친노무현 이미지만 취득하여 적절히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소속사는 이를 확대 과장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움직인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가 진정성없는 정치적 놀음에 빠졌을 때, 외압이 아니더라도 시장과 흥행의 법칙에 의해 일정 정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회창 선거운동 뛰었던 심현섭의 경우 노무현 정권 당시 분명히 외압도 있었지만, 외압이 없었더라도 정치에 참여한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남경필 의원이 심현섭 건에 대해 문제제기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연예인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술친구면 봐주겠다는 건가.

    남경필은 김제동에 정확히 충고하라

    김제동과 자주 술을 한다는 남경필 의원이 해야될 일은 김제동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는 것이다.

    “개그맨은 가수와 연기자와도 다르다. 개그맨은 자신의 캐릭터가 그대로 대중에 노출되기 때문에 정치적 확신이 없다면 개그 활동에먼 집중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스스로 감내할 것이지, 쓸데없이 정치적 선전선동 일삼는 소속사와 결별하라”

    아마도 앞으로 김제동은 물론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들은 캐스팅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차만 시키면 탄압이라고 질러대는 소속사가 무서워서라도 캐스팅 못한다. 미디어워치에서도 방송사들에 김제동 소속사가 정치적 선동에 대해 해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일체 캐스팅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이때도 남경필이나 조전혁 의원같이 정략적인 헛소리하는 여당 정치인이 나오지 않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뜻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대중문화 기자의 글을 결론으로 옮긴다.
    “문제는 김제동이 단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대중이 그를 친노 인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보수적인 가치를 지닌 일부 대중은 김제동의 재치 있는 입담을 듣고 마음껏 웃기 힘들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연예인을 원하는 대중도 마찬가지다. 방송사의 고민도 깊어간다. 김제동을 캐스팅하면 친노 인사를 캐스팅하는 셈이 된다. 시청률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쉽게 프로그램을 개편할 수조차 없다. 정치적 외압설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변희재, bignews@bi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