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수정안에 포함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국책 사업이나 세종시 입주를 계획했던 기업.대학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운명은 = 정부는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해 인근 대덕과 오송, 오창 등과 연계된 연구거점 330만㎡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기술 분야 핵심 대선공약으로 내년부터 2015년까지 3조5천억원을 들여 세종국제과학원을 설립해 그 산하에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연구센터, 국제과학대학원, 16개 국책연구기관 등을 갖추는 내용이다.

    벨트 조성에는 내년부터 20년간 총 17조원이 투자되며, 이에 따른 고용 효과는 20년간 연평균 10만6천명, 생산효과는 11조8천억원, 부가가치효과는 5조1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부가 ’9부2처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수정안이 부결된 현 상황에서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하면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에 들어가는 것은 무산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당시 박 수석은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해서 들어오려고 했던 기업이나 대학들도 자율적으로 제고를 할 것”이라며 “수정안에 있는 소위 플러스 알파를 다 넣으면서 원안도 넣는 계획은 법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었다.

    또, 이 사업에 잔뜩 눈독을 들여온 대구와 광주 등 다른 지역들도 충청권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며 새 기준에 따라 원점에서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업유치 차질 불가피 = 대기업 등의 유치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투자를 약속했던 삼성과 한화, 롯데그룹은 즉각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대체 부지 물색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수정안에 따라 세종시에는 삼성과 한화, 롯데, 웅진과 오스트리아 태양광 제품업체인 SSF 등 5개 기업이 입주하기로 했었다.

    이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LED(발광다이오드) 등의 분야에서 총 4조5천150억원을 세종시에 투자해 2만2천994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그룹은 세종시 대신 기존 계열사 공장의 여유부지나 대체부지를 찾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은 애초 2015년까지 삼성전자, 삼성LED,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5개 계열사가 세종시 일원에 그린에너지, 헬스케어 등 신사업과 관련한 분야에 2조5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나 수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세종시 투자를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

    1조3천27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한화그룹도 항공.우주 분야의 자체 연구센터가 될 국방미래기술연구소를 연내에 착공하게 해 달라며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밝혔었으나, 수정안 백지화에 따라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기존 관련 연구소 시설을 확충할지 등을 검토중이다.

    세종시 6만6천㎡ 부지에 2020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하려던 롯데그룹도 확보된 부지나 기업 인센티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으로 인한 입지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 만큼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 부산, 전북 등 자치단체들이 세종시 입주 계획을 백지화하려는 기업들에 접근해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반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세종시에 추진해오던 웅진에너지 제3공장의 착공을 미루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투자 가능성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

    ◇고려대.KAIST는 입주..시기가 문제 = 세종시 입주를 타진했던 일부 대학들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지난 1월 수정안을 전제로 100만㎡ 부지에 6천12억원을 투입해 바이오와 녹색기술, 융.복합, 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도시건설청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학은 이르면 2017년 신입생을 뽑아 연구 중심 캠퍼스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반면, 원안을 전제로 지난 2007년 맺은 양해각서에는 120만㎡의 부지에 7천400억원을 투입, 4개 단과대와 과학기술 분야 일부 학과, 6개 특수대학원 등을 배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행정기관이 많이 내려오는 상황을 감안해 국가경영대학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비중이 컸으며, 2013년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었다고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관계자는 “정책적 논의가 있겠지만, 일단 세종시에 입주하는 것은 사실이다. 단 입주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어떤 기관이 들어갈지 등 앞으로 3개월 내에 계획을 세워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기획단을 꾸려 연구시설 이전 계획을 검토해왔던 서울대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포함된 수정안이 부결됐기에 세종시에 입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지난 27일 “원안에는 국고를 지원해준다는 조항이 없다. 재원이 없으면 제2캠퍼스 건설은 물론 세종시로 연구단지를 이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었다.

    반면, 100만㎡ 부지에 7천700억원을 투자해 대학원과 연구기능 위주의 대학을 운영할 예정이던 KAIST는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입주계획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6년부터 녹색교통대학원과 생명과학대학원 등이 입주할 세종캠퍼스 조성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온 것이라서 입주 시기만 약간 늦어질 뿐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세종시에 입주하는 것은 틀림없다.”라며 “원래는 2015년에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약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