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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케이블TV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지난해 불거졌으나 검찰이 내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내사는 태광그룹이 PP(프로그램 공급사)에 채널을 배정하며 '뒷돈(속칭 론칭비)'을 받는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였다. 큐릭스 인수 문제는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지난해 8월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PP에 유리한 채널 번호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개월 동안 조사했으나 '관련 혐의가 없다'는 결론만 냈다.
당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티브로드가 법령을 피해 큐릭스 지분을 우회 보유했다'며 부당 인수설(說)을 제기하며 정관계에 비리 의혹이 난무했으나 정작 이 부분의 내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티브로드 비리를 파헤친다'는 소문은 큐릭스 인수 부분을 은밀히 조사했다는 식으로 와전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큐릭스 인수 의혹을 무혐의로 종결한 탓에 검찰이 이번에 추가로 수사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중론이 됐다.
내사가 끝난 만큼 새롭게 조사한들 중요 단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내사 종결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만큼 태광그룹의 비자금ㆍ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가 이 사안의 조사에서 결정적인 비리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서부지검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티브로드의 큐릭스 합병을 승인한 과정에서 의도적인 '봐주기'와 실무자 금품수수 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규명하고자 해당 분야에 대한 수사를 최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승인 전 티브로드 관계자가 방통위 뉴미디어과장과 청와대 행정관 2명에게 성(性)접대를 하다 적발된 사건은 재수사해 조직적인 유착 여부를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은 2006년 '2년 내 매입'이란 옵션계약으로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가 큐릭스의 지분 30%를 사도록 유도해, '위장 보유'라는 논란을 빚었다.
그룹 측은 당시 방송령의 '지분소유 제한' 규정 때문에 큐릭스 주식을 가질 수 없었지만, 2년 뒤 규제가 완화되자 옵션계약에 따라 양 기관에서 지분 30%를 샀다.
현행 방송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지분의 간접 취득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많다.
방송법 8조 '소유제한'의 소유 개념이 당사자가 자기 이름으로 주식을 사는 행위만 의미해, 옵션을 통한 주식 확보까지 규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법이 '보유'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간접 지분을 금지한 만큼, 방통위가 법의 맹점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관대하게 합병을 승인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김상조 센터장(한성대 교수)은 "태광의 행태는 2006년 방송법 취지를 무력화한 탈법 행위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점을 봐주며 직무유기를 저질렀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