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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이명박 대통령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은 걱정이 컸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경주 회의 보다 더 큰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서다. G20준비위 한 관계자는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와서 다르다고 막상 경주 회의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걱정이 더 크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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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경주 회의 뒤 중국으로부터 '너무 미국의 페이스로 간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며 '경주 회의 보다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12일 폐막한 서울 G20 정상회의가 내놓은 결과물은 '경주 회의' 보다 진전됐다. 특히 '환율 문제'의 경우 '균형 잡힌 경상수지를 유지하도록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의 수립과 구체적 추진 일정 합의'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2011년 상반기까지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 평가한 뒤 같은 해 11월 프랑스 깐느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까지 해결한다'는 게 이번 회의를 통해 G20 정상들이 도출한 합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쉽지 않았다. 경주 회의가 너무 성공적으로 끝나 진전된 결론을 내기가 더 힘들었다. 중국으로부터 '너무 미국의 페이스로 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있어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해결은 결국 이 대통령 몫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타임 라인을 넣은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그간 물밑에서의 이 대통령 행보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양자회담이 있었고, 전화외교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대통령은 정상들에게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타임 라인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G20이 신뢰성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어제 만찬장에서도 모든 정상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합의를 봐야 하다는 입장을 설명했고, (G20 정상들도) 의장국이 지속적으로 얘기하니까 그쪽으로 분위기가 쏠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만찬이 마무리 될 무렵 이 대통령이 정상들에게 '오늘 바로 정리가 돼야 한다. 각국의 세르파(Sherpa. 교섭대표)들을 불러 얘기하고 정상들이 공감했으니 합의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해 어제 밤늦게 회의가 소집됐고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중재 노력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효율성을 보여준 회의였다. 각국의 격차도 해소될 회의였고,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컸다"고 평가했고, 영국과 독일 등의 유럽 정상들도 이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는 발언들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적극성을 보이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상들과의 '친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게 참모진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상들과 친분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세션에서 '양보해 달라'는 식의 조정이 가능했다"며 "참석한 모든 정상들과 인간적인 관계가 있어 막후조정이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폐막 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통령의 표정도 밝았다. 난항이 예상됐던 환율 문제에 대해 경주 회의 보다 한 단계 발전시키고, 금융시스템 개혁과 개발 의제 등에서 성과를 낸 데 대한 만족감에서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