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요금제에 제한된 서비스...소비자 피해 급증별정통신사 관련 안내 미비...통신서비스 특성상 피해구제도 쉽지 않아
  • ▲ 위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김 모씨는 A홈쇼핑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받고 30개월 약정으로 서비스에 가입했다. 하지만 얼마후 휴대폰을 분실한 김 씨는 해지를 위해 B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가 자신의 핸드폰이 별정통신사에 가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가 항의하자 홈쇼핑 측에서는 별정통신업체와 직접 해결하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별정통신사 측에 직접 해지를 요청한 결과 4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요구당했다.

     

    TV홈쇼핑마다 저렴한 단말기 가격을 내세우며 이동통신 가입 방송을 앞다퉈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에서 휴대폰을 싸게 구입했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별정통신사 가입 이동전화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471건으로 2008년의 310건에 비해 5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수된 471건 중 36.5%(172건)는 소비자가 별정통신사임을 알지 못한 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가입자 모집단계에서 별정통신사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 씨처럼 유명 홈쇼핑업체의 신뢰도만 믿고 휴대폰을 구입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별정통신사에 가입돼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이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약정기간이나 무상서비스 등 중요 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별정통신사의 상품을 판매하고도 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별정통신사 ' 가입...요금제 별도 적용 등 예기치 못한 피해 우려

    홈쇼핑에서 휴대폰을 구입할 때는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광고 내용에 의존하기 보다는 해당 이동전화 판매사업자가 SK텔레콤·KTF·LG텔레콤과 같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약관 신고를 하고 규제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약관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별정통신사업자인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별정통신사는 통신사업자가 자체망 없이 기간통신사업자 통신의 일부 회선을 빌려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입자를 대신 모집한 뒤 요금을 징수해가는 사업자를 말한다.

    별정통신사가 제공하는 이동전화에 가입할 경우 기간통신사 고객센터 이용이 어렵고, 별도의 요금제를 적용받으며, 요금제 선택에 제한이 있거나 변경이 불가하고, 약정기간도 2년 이상 장기인 경우가 많다.

    또 별정통신사의 경우 가입시 무료나 임대형식의 단말기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다소 비싼 요금제를 약정기간 동안 유지해야 하거나 기간통신사에 비해 요금제가 다양하지 않아 개인의 취향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기 어렵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도 담보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이동전화의 경우 기간통신사의 고객센터 이용이 제한되고 요금제가 별도 적용되는 등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동전화 가입시 반드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홈쇼핑 방송 통해 '별정통신사' 관련 정확한 고지 없어 혼동 유발...관련 규정 없어 피해 확산

    문제는 홈쇼핑업체들이 휴대전화 판매시 별정통신사의 상품을 팔고도 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자신이 가입된 통신사가 당연히 우리나라 3대 통신사인줄 착각하게 된다.

    김 씨는 "홈쇼핑 광고에서 유명 통신사의 이미지만 노출해 당연히 해당 통신사 상품인 줄만 알았다"며 "별정통신업체에 가입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김 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홈쇼핑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A홈쇼핑업체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별정통신업체의 명칭을 공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이 동의를 해야 가입이 이뤄지는데 어떻게 숨기고 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쇼핑업체들은 방송시간 대부분을 제품 설명에 쏟아붓는데 비해 휴대전화 구입이나 분실, 고장 등에 따라 해지해야 할 경우나 소비자가 물어야 하는 위약금을 비롯한 세부적인 가입조건에 대한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교환이나 반품 같이 소비자 이익에 직결된 사항이나 상품의 단점에 대한 안내는 고작 몇 초에 그치는 등 순간적으로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없어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의 경우 일종의 판촉행위에 해당하므로 제품의 단점을 밝히지 않더라도 규제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구매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품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변경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서비스의 특징상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빠르면 첫 달 요금고지서를 받아본 뒤에야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에 피해구제 역시 쉽지 않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구입한 제품을 하자와 관계없이 환불 받거나 계약철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제품수령 후 14일 이내로 제한돼 있기 때문.

    특히 별정통신사에 가입된 경우 약정기간이 긴 만큼 위약금을 물게 될 경우 사전에 고지 받지 못한 액수의 위약금을 물게 돼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수 밖에 없다. 더욱이 단순히 단말기만 구입한 경우라면 전자상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가입할 경우 정보통신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피해구제를 받기는 더욱 힘들어 진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했던 애초 취지를 벗어나, 별정통신사 임을 숨기고 유명 통신사처럼 판매하는 불투명한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며 "이같은 불합리한 판매행위가 지속된다면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자칫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