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심사과정 악용..90여명 피해
  • 막노동을 하며 월수입이 50만원 안팎에 불과한 A(44)씨는 지난 9월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힘들어하던 중 생활정보지에 난 '신용불량자 대출'이라는 광고를 보고 대구시 중구의 대출사무실을 찾았다.

    A씨가 찾은 대출사무실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처럼 사업자등록을 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을 대신해주겠다고 했다.

    상황을 잘 몰랐던 A씨는 대출사무실에서 시키는대로 했고, 대출사무실은 A씨 명의로 허위임대차계약서를 꾸미고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에서 모두 1천만원의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다.

    대출은 이뤄졌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300만원을 사기조직에 떼이고 보증보험료(50만원)와 1년치 선이자(100만원), 일부 상환원금(50만원) 등을 공제하고 A씨가 손에 쥔 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이제 A씨는 자신의 명의로 대출된 1천만원에 대해 앞으로 48개월 동안 매월 원금 20만8천원과 이자 8만9천원을 분할해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A씨처럼 햇살론 대출과정의 허점을 이용한 신종 대출사기에 속아 넘어간 사람은 모두 90여명.

    사기대출 조직이 '햇살론'이나 '자영업자 특별보증대출'이 더 많은 서민(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연소득 2천만원 이하)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려고 일반적인 대출심사에 비해 매우 간소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대부업체 등이 일정규모의 자산을 갖추고 그 돈을 대출하면서 고율의 이자를 받은 것과는 달리 사무실만 차려놓고 서류작업만 일부 해주고 사채이자에 버금가는 수수료를 받아 챙기면서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또 이 과정에서 대출 가능 여부 등을 심사해야 할 금융기관의 대출담당자는 사기조직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대출을 위한 실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위법사항을 묵인해 주기도 했다.

    A씨처럼 사기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신용상태가 나빠 사채도 쓰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사기대출에 관여한 만큼 모두 약식기소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다.

    이처럼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의 대출과정 허점을 이용한 신종 대출사기가 검찰에 적발돼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고 손실을 사전에 막고 서민상대 금융기관이 좀더 세심한 대출 심사와 관리를 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검 강력부(이종환 부장검사)는 29일 '햇살론'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대출금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38)씨 등 2개 사기대출 조직 8명을 적발해 4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입건, 달아난 1명은 지명수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