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CPU 메모리 한계 지적 … 컨텍스트 메모리·GPU 중심 서버 확산에 SSD 위상 격상고IOPS SSD 개발과 초고용량 제품 강화 … 데이터센터 전력·공간 제약까지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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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M(고대역폭메모리) 초호황이 시장의 시선을 끄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낸드(NAND) 사업의 역할 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낸드가 단순 저장 장치를 넘어 AI(인공지능) 연산 흐름을 직접 지원하는 스토리지 솔루션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AI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센터의 병목이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넣고 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 변화의 핵심 장치로 엔터프라이즈 SSD(고속저장장치)를 지목했다. 회사는 추론과정에서 생성되는 컨텍스트 메모리 환경과 그래픽저장장치(GPU) 중심 서버 구조가 확산되면서 SSD가 “연산 파이프라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장치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이 GPU 가까이에서 연산을 받쳐주는 메모리라면, SSD는 데이터의 이동·적재를 담당하며 추론 성능을 좌우하는 구성요소로 위상이 올라섰다는 의미다.

    ◇추론 고도화가 부른 ‘오프로딩’ … GPU 메모리만으로는 부족

    SK하이닉스는 AI 추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GPU·CPU(중앙처리장치)에 탑재된 메모리만으로 고객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 오프로딩(작업 부담 분산) 도입이 필수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지는 추론이 커질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고, 이를 메모리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때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스토리지가 연산 체계 안으로 들어오며 병목을 줄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회사는 추론 단계에서 입출력 속도와 지연시간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만큼, 고성능·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SSD가 연산 파이프라인 핵심” … 초고성능·초저지연과 초고용량 ‘투트랙’

    SK하이닉스는 대응 전략으로 초고성능 엔터프라이즈 SSD 개발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실시간 추론과 GPU 기반 서버에서 빠른 입출력과 초저지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고IOPS(초당입출력) SSD로 기술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 제약을 언급하며 초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라인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로딩(작업 부하 경감)하려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더 빠른 SSD’뿐 아니라 ‘더 큰 SSD’ 수요도 함께 커진다는 판단이다. 속도와 용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AI 스토리지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컨퍼런스콜에서는 낸드 수급 흐름도 언급됐다. 회사는 서버 고객 중심으로 재고 감소가 관찰되고 있으며, 특히 엔터프라이즈 SSD 제품 중심으로 전반적인 재고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사 재고 역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4·장기계약·투자 확대 … “단기 실적보다 고객 신뢰”

    HBM 분야에서는 선도 지위를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준비가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며, 고객 요청 물량에 대해서는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을 극대화해도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려워 일부 경쟁사 진입이 예상된다고 했다. 

    장기공급계약(LTA)과 관련해선 과거보다 강한 상호 약속이 반영되는 형태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 고도화로 투자 부담이 커진 만큼 공급사도 수요 가시성이 필요해졌고, 고객은 장기 계약을 원하지만 캐파 제약으로 요청을 모두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설명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2026년 설비투자(CAPEX·캐팩스)가 전년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캐파 확대와 공정 전환 가속, 미래 인프라 준비를 위한 투자 확대가 이유라는 설명이다. 다만 매출 증가도 예상돼 매출 대비 30% 중반 수준의 캐팩스 기조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SSD를 ‘연산 파이프라인의 핵심’으로 공식화한 만큼 초고성능·초저지연 SSD와 초고용량 제품의 출시 속도, 주요 고객사의 채택 여부가 낸드 사업의 반등과 실적 안정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