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파격 승진 눈길..발탁 외부영입 특징

  • 3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파격'과 '세대교체'로 요약할 수 있다.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지만 이부진 전무가 두 계단이나 뛰어올라 사장으로 '깜짝 승진'한 것은 파격 인사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사에 관한 한 보수적 전통을 이어온 삼성그룹에서 두단계 승진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 사장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사장과 이부진 전무의 승진을 '성과주의'의 반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전무는 호텔신라의 경영실적 호전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최근에는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유치 경쟁에서 롯데그룹을 누르고 승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묘한 부분은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성과주의'가 반영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전무가 지금과 같이 탁월한 업적을 이어간다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지 못하란 법도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 이건희 회장도 형제간 경쟁 과정을 거쳐 선친인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차기 그룹 총수로 낙점받은 바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에서는 이재용, 이부진 남매의 경영권 경쟁구도에 관한 언급을 극력 회피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은 다소 파격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탁월한 경영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를 남매 간 대결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재벌기업의 속성상 아무래도 오너 3세들의 승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들 말고도 세대교체형 파격인사를 통해 '스타후보급' 경영인으로 떠오른 인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삼성LED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 김재권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구매 전문가인 김 부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 초고속 승진의 주역이 됐다.

    임원 승진 기간만 따져도 임원 승진 후 불과 9년 만에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 통상 임원에서 사장이 되려면 13~15년차가 걸리는 내부 관행을 무색케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전동수 부사장 역시 발탁인사의 수혜자다.

    최지성 부회장이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전 부사장은 메모리부문 전략마케팅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메모리반도체를 확고부동한 글로벌 1등 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을 이끌게 된 김순택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경북대 출신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 부사장 이외에 이상훈 전략1팀장(경북대)과 김명수 전략2팀장(부산대) 등 지방대 출신들이 미래전략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외부영입 케이스인 2명의 사장 승진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 담당 사장으로 내정된 우남성 부사장은 AT&T와 TI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로 영입됐으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고순동 부사장은 IBM 출신이다.

    삼성 관계자는 "외부영입 인사들이 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외부영입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삼성 출신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대교체형 발탁 인사로 인해 떠오른 인물들이 있는 반면 조용히 무대 뒤편으로 물러가는 인물들도 있어 명암이 엇갈렸다.

    한때 삼성그룹 2인자 자리까지 오르며 각광받던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작년 인사에서 최지성 사장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준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는 대표이사 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완전히 2선으로 용퇴하게 됐다.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도 최치훈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주고 후진을 위해 용퇴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때 이학수ㆍ김인주 고문과 함께 전략기획실의 '3인방'으로 불렸던 삼성전자 최광해 부사장도 얼마 전 사표를 제출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