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박사' 이준기·준호 군, 화석사진 정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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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를 꿈꾸는 중학생 쌍둥이 형제가 10년 가까이 학교 현장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가르쳐온 과학 교과서의 오류를 발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광운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기·준호(14)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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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광운중에 따르면 `공룡박사'로 불리는 두 학생이 교과서에서 `옥에 티'를 잡아낸 것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학교 과학 담당 김지현 교사가 디딤돌 출판사에서 발간한 교과서로 제6단원 `지구의 역사와 지각 변동'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교과서에는 고대 생물체의 화석을 설명하는 대목에 `공룡의 뼈(미국 남부 발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었다.
누구나 `공룡 화석이겠구나'라고 지나쳤을 법한 사진이지만 수업을 듣던 준기 군은 선생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사진 속 두개골과 발가락이 공룡보다는 포유류에 가까워보인다면서 `원시 포유류의 화석이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김 교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과서는 10년 가까이 별문제 없이 사용하던 것"이라며 "학생의 관찰력에 적잖이 놀라 수업이 끝난 뒤 `공룡 화석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라'는 과제를 내줬는데 공책 6쪽 분량으로 논리적이고 방대한 정리를 해오더라"고 그때 상황을 전했다.
김 교사는 준기 군의 과제물을 토대로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며칠 뒤 `학생의 지적이 맞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100% 확실치는 않지만 골격 특징 등을 봤을 때 사진 속 생물은 공룡이 아니라 `오레오돈트'(Oreodont)라는 멸종 발굽 동물의 일종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준기 군은 "1학년을 마칠 때쯤 2학년 교과서를 미리 나눠주는데 내용을 훑어보다가 문제의 사진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 연필로 표시해뒀다가 그 부분을 수업할때 선생님께 질문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에 오류가 있으면 출판사에 수정 요청을 해야 하지만 내년부터 교육과정 개편으로 해당 교과서를 더는 사용하지 않게 돼 고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대신 과학교사 모임 사이트에 이 사실을 알려 정정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고 김 교사는 설명했다.
준기·준호 형제는 어려서부터 공룡, 곤충 등에 관심이 많고 관찰하는 것을 유달리 좋아했다고 한다.
김 교사는 "뭐든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두 학생 때문에 수업을 제시간에 끝낸 적이 없다"며 "집이 학교에서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데도 가면서 온갖 관찰을 하느라 거의 한두 시간이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준기 군은 "동생과 함께 과학고에 진학해 생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멸종 위기의 생물을 구하고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