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단보 마애불 최초 발견자-홍찬윤 씨
  • 문화재당국자 "칭찬받을 일" 추켜세워도

    조계종 한 간부 "고의훼손의혹" 제기

    하도 억울해 처음엔 잠도 안 와...
    “불상 얼굴 뚫렸으면 이완용 됐을 것”

     

    보물을 발견하고도 ‘역적’ 될 뻔한 사람. 낙단보 마애불을 발견한 홍찬윤 씨다. 홍 씨는 지난해 4대강 사업 낙단보 통합관리센터 부지 공사를 맡은 홍지기술산업 전무로 공사장을 총 지휘했다. 홍 전무가 마애불을 발견한 이후 낙단보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현장이 됐고, 낙단보 관리센터는 설계까지 바꾸게 됐다. 조계종 모 간부로부터 고의 훼손의혹에 시달리고,  “부처님에 구멍뚫은 역적” “보물 최초발견 영웅”을 오가며 마음을 졸이던 홍전무가 마애불 발견 3개월만에 입을 열었다.
     

    -마애불은 어떤 공사 중 발견했나?
    “10월 6일이다. 원래 30여년 전에 국도를 내면서 바위산을 깬 토석을 도로 아래로 메운곳이다. 낙단보 통합관리센터를 짓기위해 기초공사, 옹벽공사를 준비중이었다. 포클레인으로 흙과 자갈을 걷어내는 도중에 발견했다.”

    -마애불 발견순간은?
    “마애불이 그려진 절벽은 흙과 바위덩이로 덮여 있었다. 통합관리센터를 짓기위해 옹벽을 쳐야하는데 자갈과 흙인지 절벽인지 땅속을 확인하기 위해 드릴작업을 했다. 바위절벽임을 확인하고 자갈을 모두 걷어낸뒤 장갑낀손으로 흙을 털어가며 보니 희미한 낙서같은게 보였다. 바위도 젖고 흙도 묻어 잘 확인이 안됐다.
    점점 아래로 털어내려가자, 손에 연꽃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양이 나왔다.
    불상이 분명했다.

  • ▲ 홍찬윤전무가 낙단보 마애불 현장에서 불상의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 홍찬윤전무가 낙단보 마애불 현장에서 불상의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평소 불상에 관심이 많았나?
    개인적으로 딸이 미대를 다녀 어려서부터 미술교육을 시켰다. 덩달아 나도 조소, 조각에 관심이 많게 됐다. 동양, 서양 조각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흙을 털면서 보니 연꽃 든 손의 중지부터 새끼손가락 쪽이 펴져 밖으로 휘어져 보였다.
    동남아 춤을 보면 팔을 밖으로 비틀면서 손바닥을 펼치는 동작이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이 났다. 전문가들이 판단해야할 것이지만 일단 보는 순간 늘 보아오던 불상의 포즈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단한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일부러 구멍뚫었다고 억울한 누명을 썼는데.
     훼손시키려고 고의로 구멍을 냈다는 주장인데, 하도 억울해 처음엔 잠도 안 왔다. 마침 문화재에 관심 있어서 처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고, 즉시 당국에 문화재 발견 신고도 했다. 일부러 훼손할 이유가 있겠는가? 당시 문화재 당국에서 나온 분도 불교계 인사에게 “상을 줘야할 정도로 대단한 발견”이라고 했었다.
    일부러 훼손할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나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불상에 직접 구멍을 뚫지 왜 불상 그림 바깥에 구멍을 뚫었겠나.

    -현재 심정은 어떤가?
    “처음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바람도 쐴겸 경북 영주시 가흥리 신라 마애불을 가봤다. 어떤 불상인가 다시 봤다. 이 불상은 보물로 지정됐더라. 그 마애불도 많이 손상됐다. 눈도 구멍뚫리고. ‘그런 마애불이 보물이니 내가 발견한 것도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누가 지금 오해해도 결국 나는 보물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기로 했다. 그 뒤로는 아무리 누가 뭐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지금도 빨리 낙단보가 완공돼 내가 발견된 마애불을 전국의 관광객이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 ▲ 홍전무가 영주 가흥리의 보물 마애불 사진을 보여주며, 낙단보 마애불과 비교했다.
    ▲ 홍전무가 영주 가흥리의 보물 마애불 사진을 보여주며, 낙단보 마애불과 비교했다.

    -불교인인가?
    “종교는 불교가 아니다. 그러나 불교는 우리 문화 역사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불상이나  유적을 종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불상, 조각, 문화재에 관심이 많다. 4대강 사업과정에 우리민족의 뿌리를 찾기도 했으니 복이다. 이제 싹을 틔우고 줄기를 잘 키워 국가의 정신적인 자산으로 승화시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