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임대업 대출 정조준 … 가계 규제의 무게, 국책은행으로 이동‘연장=신규’ 잣대 현실화, 50조원대 대출 기업대출로 충격 전이정책금융의 그늘 … 연체·보증부 부실, IBK 건전성 시험대핀셋 규제냐 그물망이냐 … 2금융 공백 속 ‘마지막 흡수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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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 기조가 현실화되면서 정책금융의 핵심 창구인 IBK기업은행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의 완충판 역할을 해온 임대업·개인사업자 대출이 관리 대상에 오르며, 기업은행이 잠재부실을 떠안는 '흡수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구조와 연장 관행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기존 대출이라도 만기 연장 시 LTV 0%를 사실상 재적용하거나 RTI(규제지역 1.5배·비규제 1.25배)를 다시 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실상 '연장=신규'에 준하는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대출 규제지만, 실제 충격의 방향은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임대업 대출을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1년 내 50%, 2년 내 100% 해소" 같은 단계적 원금 회수 시그널이 현실화될 경우 임대업·개인사업자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 대출 연장이 막히기보다 먼저 '부분상환 요구'가 늘고, 그 부담이 이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해당 영역의 최대 취급 창구가 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복합적이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임대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매출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대출 트랙을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주거용 임대사업자 기업대출 잔액은 최근 기준 약 15조원 수준이며, 이 중 기업은행의 잔액은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36조원까지 합치면 규제 사정권에 들어온 대출 규모는 수십조원을 웃돈다.

    규제에 따른 임대업 개인사업자의 현금흐름이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60조원 안팎으로, 이 중 부동산 임대업 비중이 12% 안팎으로 추정된다. 임대업 대출의 연체율은 아직 0.87%대 머물러 있지만, 만기 연장 문턱이 높아질 경우 연체 발생 시점이 앞당겨지며 고정이하여신(NPL) 전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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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구조 역시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에서는 임대소득 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1년 단위로 관행적인 연장이 이뤄져 왔다. 5대 은행 기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임대사업자 대출만 약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기업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현금흐름이 약한 차주부터 상환 압박에 직면하며 연체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증부 정책자금의 잠재 부실도 기업은행의 또 다른 부담이다. 기업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신용보증부 담보 대출은 14% 수준이다. 겉으로는 은행의 손실률(LGD)이 낮아 보이지만, 연체가 늘어나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규모가 급증하는 구조다. 실제로 자영업 부실이 확대됐던 과거 국면에서는 보증사고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정부 출연금 확대와 추경 논의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수익성 압박도 동시에 가중된다. 기업은행은 정책금융 집행기관이라는 특성상 민간은행처럼 금리를 탄력적으로 인상해 위험을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대출 성장률은 규제로 제한되고, 충당금 적립 부담은 커진다.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민간 대형은행보다 낮은 1%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어, 충당금 부담이 확대될 경우 수익성 훼손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규제의 타깃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은행 전산에는 기업여신 차주의 보유주택 수가 필수 항목이 아닌 경우가 많아 다주택자를 일괄 식별하기 어렵다. 통계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규제가 설계되면 핀셋이 아닌 그물망이 될 수 있다. 특히 상호금융 등 2금융권 자료 취합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은행권부터 규제가 작동할 경우, 시장 충격을 흡수할 자금 수요가 다시 기업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부실의 본질은 새로운 위기라기보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완충해 온 리스크가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규제 강도와 속도를 잘못 조절하면 은행 건전성보다 정책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담이 먼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