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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짝퉁 명품'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위조상품 제조와 유통이 워낙 세밀한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소매업자와 중간 유통업자를 잡아봐야 서로 알지도 못해 대부분 꼬리가 끊긴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자를 적발하면 유통업자를 놓치기 일쑤이고, 유통망을 캐냈다 싶으면 공장이 공중으로 떠버려 `짝퉁 뿌리뽑기'가 원천적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8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8시께 중구 신당동 광희빌딩 앞에서 박모(50)씨가 명품 벨트 위조상품을 팔다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에 적발됐다.
박씨는 승합차에 구찌, 루이뷔통, 돌체앤가바나 등 가짜 명품 벨트를 잔뜩 싣고서 신당동 일대에서 지방상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아왔다.
경찰은 위조상품 150여점을 압수하고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금천경찰서는 앞서 지난해 12월 서초역, 서울대입구역 등에서 가판을 벌이고 레스포삭 위조가방을 판매한 혐의로 배모(37)씨를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배씨는 밤마다 동대문의 중간 유통업자에게서 20여개씩 물건을 떼어와 팔아오다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판매상이 적발되는 사례는 적잖지만 짝퉁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찰은 제조·수입-중간유통-소매로 이어지는 짝퉁의 흐름도가 별개 조직으로만 연결돼 있어 수사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방배서 관계자는 "업자들은 자기들끼리 누군지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잠복수사를 통해 간신히 한 명을 붙잡아봤자 관련업자나 제조업체까지 캐내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유통 고리의 말단에 있는 업자를 출발점으로 전국 거래망을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비밀 제조공장을 적발하더라도 정작 제작을 의뢰한 유통업자는 수사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성동구의 한 상가건물 지하에 비밀공장을 차려놓고 정품가 기준 2억4천만원 상당의 짝퉁 명품가방을 만든 제조업자 일당을 붙잡았지만 이들에게 물건 주문을 낸 유통업자를 뒤쫓는 데는 실패했다.
소매업자는 수백만원의 벌금형에 그치는 등 처벌 수위가 낮아 단속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실제 지난달 짝퉁 벨트를 팔다 붙잡힌 박씨는 2007, 2009년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형만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상표권 침해행위를 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처벌 규정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대규모 제조업자가 아닌 이상 영세 유통업자의 처벌 수위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입건된 상표법 위반 사범 적발 건수는 2007년 2천115건, 2008년 4천169건, 2009년 4천17건으로 2008년부터 단속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