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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10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은 신동빈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의 출범과 동시에 롯데의 '2세 경영'이 본격화했음을 의미한다.
재일동포의 성공 신화인 신격호 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를 국내에 설립한 이후 40여년간 이어졌던 '신격호 롯데'가 '신동빈 롯데'로 전환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 롯데가 아닌 한국 롯데에 국한된다.
신격호 회장이 ,국내 재계의 다른 그룹처럼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총괄회장이란 직책으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총괄하기로 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롯데는 밝히고 있다.
즉,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강조해왔던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각각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논리가 이번에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신동빈 체제의 롯데는 지난 40여년간의 롯데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영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했던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 아시아 10위권 그룹 도약으로 요약되는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비전 달성을 위한 그룹의 경영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임원인사에서 신 회장과 호흡을 맞췄던 정책본부의 임원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점이다.
채정병 정책본부 지원실장, 황각규 국제실장, 이재혁 운영실장 등 정책본부의 부사장 3명을 사장으로, 이인원 정책본부 부본부장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에서 전문경영인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뒤를 이어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그룹경영을 총괄 지원하게 된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각종 인수합병(M&A)의 실무를 담당해온 황 실장은 이번 사장 승진을 계기로 앞으로 광범위하게 신사업과 M&A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혁 실장도 이번에 사장 승진과 동시에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BG.롯데아사히주류의 겸직 대표이사라는 요직을 맞게 됐다.
롯데의 주류사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주류사업의 현안인 맥주사업 추진과 주류 계열사들의 합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롯데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작년 사상 최대규모인 6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데 따른 보상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이사들이 대부분 유임되고 승진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과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 등 그룹의 '유통 3인방'이 모두 유임됐다.
또 허수영 케이피케미칼 대표와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한 7명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사상 최대규모인 총 172명에 대해 승진인사가 이뤄졌다. 신임임원도 역대 최대 규모인 75명에 이른다.
신격호 회장이 총괄회장으로 여전히 경영일선이 남아 그룹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대목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이 한달 간격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계속하면서 그룹의 중대사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이인원 부회장, 이철우 사장 등 기존 원로 경영인의 역할도 아직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