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주유소-세금이 가장 큰 문제” 지적…전체 그림은 안 봐산업용 석유에 왜 면세? 기업에게 절감 요구해야
  • 정부가 지난 6일 ‘유가 안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유사들은 앞서 ‘리터 당 100원씩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주유소 기름값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쯤 기름값이 내릴까.


    정부 대책 ‘그냥 내리라고 하면 내리겠지….’


    정부의 유가 안정화 대책이 발표되자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재탕’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언론들의 비판 요지는 이랬다.

    ▲ 정부가 정유사 기름값만 내리면 된다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 유류세 인하 여론만 더 높아졌다

    ▲ 3개월 동안의 한시적 인하로 나중에 더 큰 반발이 우려된다

    ▲ 관료와 전문가의 무능과 한계만 드러내 정부정책 신뢰성을 잃었다

    ▲ 정유사에 대한 압력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부담만 커졌다는 요지의 비판이었다.


    언론들은 ‘정유사를 아무리 압박해도 주유소 업주들이 내리지 않겠다고 하면 소용이 없다’며 현장의 기름값 추이를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기름값을 내린 주유소는 20% 정도밖에 안 되고, 그 중에서도 절반 미만만 100원 가량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인하한 주유소조차도 특정 카드를 사용할 때 적립금 형태로 할인해 주는 형식이었다.

  • ▲ 주유소 가격공개 사이트 '오피넷'. 원가 구성 표도 보인다.
    ▲ 주유소 가격공개 사이트 '오피넷'. 원가 구성 표도 보인다.

    이 와중에 일부 언론이 ‘정부가 기름값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주유소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이를 오피넷에 공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유소 업주들은 흥분했다.

    지식경제부(장관 최중경)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는 원칙적으로 자율결정사항’이라며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는 주유소 리스트를 오피넷으로 공개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하고 나섰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한숨만 내쉰다. 휘발유 문제가 아니다. 휘발유는 보통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다.

    더 큰 문제는 등유와 LPG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금도 난방연료로 등유와 LPG를 사용한다.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4월이지만 일교차가 15도를 넘는 탓에 난방비 부담은 겨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노인 가구 난방비는 생존문제이면서 생계에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지금 기름값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런 ‘서민 문제’는 아예 쏙 빠져 있다.


    기름값, ‘유통구조’만 문제일까


    유류세를 놓고 벌어지는 ‘줄다리기’도 보면 다들 ‘자기 생각’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지만, 결론적으로 정유사와 주유소에게만 도움이 된다. 세금을 내린 만큼 기름값도 내린다는 보장도, 강제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정유사와 주유소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기름을 살 때마다 일일이 세금인하율을 따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윤을 보전할 수 있어 좋다. 

    정부는 이런 ‘기름값 논쟁’의 핵심을 왜곡된 유통구조, 과점시장체제를 바로 잡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대책 중 ‘독립폴 주유소 확대’가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인위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 ▲ 2008년 11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가별 에너지 소비효율지표. 높을 수록 비효율적인 나라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비효율성은 일본의 3.2배에 달한다.
    ▲ 2008년 11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가별 에너지 소비효율지표. 높을 수록 비효율적인 나라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비효율성은 일본의 3.2배에 달한다.

    이 외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면세유 공급이다. 현재 판매되는 기름 중 농업, 어업, 산업, 발전에 쓰이는 유류는 대부분 면세다. 그 양이 전체 석유 소비량에 비해 적다고는 하나 연간 면제받는 세금이 조 단위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농업용, 어업용은 산업 보호를 위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산업용은 왜 면세를 해주는지 의문이다. <석유연보>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가정·상업용 석유 소비는 약 5억1,901만 배럴, 산업용 석유 소비는 약 4억3498만 배럴, 발전용 석유 소비는 2억1,813만 배럴로 나타난다. 실제 요금과 비용을 살펴보면 ‘산업체’들이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면세업자에게도 공정하게' 에너지 절감 요구하라


    1차 금속제조와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에 더해 전기요금도 혜택을 본다. 이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80원 내외, 산업용 심야 전력요금은 1kWh당 60원 내외인 반면 일반 가정과 상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130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모두 살펴보면 지금 ‘기름값 논쟁’에서 대규모 제조업체들은 ‘쏙’ 빠져 있다. 정부가 진정 ‘기름값이 묘하다’고 생각한다면 석유소비구조 전체를 먼저 살펴보고 대책을 내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석유소비량은 세계 6위라고 한다. 그 중 절반이 석유화학제품 생산용으로 재수출된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려해도 에너지 소비 효율성이 매우 낮은 건 분명하다. 정부가 치솟는 기름값 잡아 서민들 돕겠다면서 정작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여야 할 대규모 제조업체, 면제유 사용자들에게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한 태도’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