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자질 평가의 최대 시험대누가 먼저 해결사? 정치력 싸움 될 듯
  • 장밋빛으로만 보였던 수도권 뉴타운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서울·경기 두 거물급 광역단체장들에게 골치 아픈 숙제로 다가왔다.

    뉴타운 사업은 특히 국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집값과 경제문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뉴타운은 서울시장 당시 이를 도입한 이명박 대통령의 업보로 평가되고 있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 잠룡에게는 껄끄러운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사태에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오세훈, 김문수 두 대권주자에게는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뉴타운 어디까지 왔나?

    뉴타운이란 개별 단지나 1만㎡ 안팎의 소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묶어 사업 규모 확대한 ‘미니 신도시’를 말한다. 여러 개의 재개발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기 때문에 도로·학교·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집값은 크게 뛰었고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한몫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됐다.

    실제로 경기도 한 뉴타운 지정지구의 경우 3.3㎡당 500만~600만원 하던 땅값이 순식간에 2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시작된 뉴타운은 2007년부터 경기도를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무더기로 지구 지정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현재 총 26개 지구에 276개 개별지역이 있으며 이 곳에는 약 7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도 20개 지구에서 30만가구가 넘는 보금자리주택과 함께 2기 신도시 등 111만가구의 공공택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뉴타운 지정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너무 많은 뉴타운 지구가 생성, 사업추진 속도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뉴타운 정비구역 중 상당수가 조합만 설립된 채로 공사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서울의 경우 26개 지구 가운데 공사에 착공한 구역이 한 곳이라도 있는 뉴타운은 9개 지구에 불과하다.

  • ▲ 사진은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1번지 일대 뉴타운 예상도 ⓒ 연합뉴스
    ▲ 사진은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1번지 일대 뉴타운 예상도 ⓒ 연합뉴스

    ◇ 해법은 없다, 정치력 싸움이 관건

    현재까지 나온 뉴타운 해법은 대체로 지정된 사업지구 중 지지부진한 지구를 해제해 사업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사업지구가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떨어져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정은 쉬웠어도 취소는 쉽지 않다.

    시·도지사는 지구 지정, 촉진계획 결정 권한만 갖고 있는 반면 기초단체장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구 지정 변경·취소를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상 주민과 해당 기초 지자체에게 책임이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 방법도 결국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은 피할 수는 없다.

    오세훈, 김문수 두 시·도지사에게 책임론은 쏟아지고 있지만, 당장 권한은 없는 실정이어서 주민 설득을 통한 의견 조율 작업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뉴타운 사업에 따른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을 막아내는 법안을 만드는 궁여지책이다. 주민반발을 ‘정부지원’을 끌어들여 급한 불을 끄겠다는 심산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뉴타운사업에 대해 “뉴타운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금융문제 등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뉴타운 문제는 여·야 의원들이 입법조치를 통해 풀어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여·야 의원들이 법 개정으로 풀어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김 지사의 SOS에 여의도는 곧바로 반응했다. 뉴타운 사업 무더기 지정에는 자신들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속 타는 문제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뉴타운으로 고시된 지 3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때는 이를 해제하고, 뉴타운 개발 조합이 사업 추진을 위해 쓴 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뉴타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대주택 비율을 줄여서 뉴타운 수익성을 높이자는 내용도 첨부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달 중으로 주택법과 건축법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4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사업실패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무책임한 구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속사정이다.

  • ▲ 의정부 뉴타운 반대 주민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의정부 뉴타운 반대 주민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입장은 다르다, 하지만 책임은 함께…

    발등에 붙은 불의 화력은 뉴타운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김 지사 쪽이 훨씬 크다. 김 지사는 최근 한 정책간담회에서 “당초 의도와 달리 주민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돼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주민 25%만 반대해도 사업지구를 취소할 수 있다”는 다소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오 시장은 그나마 느긋한 마음이다. 자신의 임기동안 지정된 뉴타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뉴타운이 강남북 균형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다”며 사업 차질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취임 이후 서울에서 뉴타운이 추가 지정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무더기로 지정된 뉴타운 사업이 잘못됐음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사업지구 취소까지 내세운 김 지사에 비해 해당 지구에 대한 건축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장은 다르지만, 결국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평가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 입장에서도 “내 잘못은 아니다”라고 발을 빼는 처세는 여의치 않다. 서울지역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것이 사실인데다, 야심차게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울 수도 없다. 어찌됐던 우군을 늘려가야 하는 대권 주자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11일 1면 톱으로 보도한 ‘서울시 뉴타운 전면 재검토설’에 서울시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의 발로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이에 따라 조만간 서울시가 발표할 2020년 서울주택종합계획을 통해 오세훈식 뉴타운 해법이 세상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한 국회의원은 “뉴타운 사업은 이미 서울시의 가장 큰 현안인 만큼 오 시장이 자기만 살겠다는 전략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어떻게든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이 향후 오 시장의 행보에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김 지사와의 경쟁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