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물질 발견-4월 등산객 몰려 ‘소비량’ 최대업체 “하루 90만병씩 생산해도 물건이 부족”
  • “사장님, 여기 막걸리 한 병 주세요~!”
    “손님, 죄송한데 막걸리가 다 떨어졌어요. 다른 술로 갖다드릴까요?”

    지난 19일 늦은 저녁 직장인 A씨는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러 근처 식당을 찾았다. 따끈한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자 술 생각이 간절했다. “소주, 맥주, 막걸리, 뭘 마시지?”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막걸리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A씨는 막걸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기다리던 술이 아닌 “죄송하다”는 대답뿐. 당황한 A씨가 “왜 막걸리가 없냐”고 묻자 가게 주인은 “막걸리 회사에 물건을 요청하는데 없다고 하고, 옆에 편의점에 가봤는데도 없더라고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라고 답했다.

     

    ∎막걸리 품귀현상, 갑자기 왜?

    식당, 편의점, 마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막걸리가 동났다. 갑자기 왜 막걸리 품귀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20일 서울 막걸리 제조사인 서울 탁주 관계자에 따르면 막걸리에 항암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판매가 급증하게 됐다.

    서울탁주는 하루 90만병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주말에는 이 보다 많은 120만병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탁주 관계자는 "지난 2주전부터 서울 7개 공장과 충북진천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는데도 공급물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항암물질 발견'과 동시에 '4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에 항암물질 파네졸 성분이 발견된 이후부터 막걸리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4월이 되자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등산,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저녁에 막걸리를 즐긴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관계자는 "막걸리는 술을 숙성시키는 기간도 걸리고, 무한정 만들 수 있는 술이 아니라 일정량만큼만 나오기 때문에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탁주는 올해부터 일본과 미국, 동남아에도 막걸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직 수출 면허가 없어서 국내 주류 업체인 롯데주류를 통해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확한 판매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는 한인들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