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포겔 교수 신간..홍석철 교수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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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인류는 지난 300여년 간 기술 발전으로 그 이전과 다른 존재로 진화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신경제사(new economic history)의 대표적 학자인 로버트 포겔 미국 시카고대(大) 교수가 이러한 과감한 주장을 담은 신간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29일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보도했다.
다음 달 출간을 앞둔 포겔 교수의 신간 '변화하는 신체: 1700년 이후 서구에서 건강, 영양, 그리고 인간의 발전'은 기술이 인간 진화를 가속했다는 포겔 교수와 동료 연구진의 도발적인 이론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홍석철 서강대 경제학 교수도 공저자로 참여한 이 책의 논지를 요약하면, 지난 18~20세기 세계의 대부분 지역에서 인체의 크기와 모양, 수명이 그 이전 수천 년보다 더 심하게, 그리고 훨씬 더 빨리 변화했다는 것.
이처럼 식량 생산 및 공공 보건의 발전에 기반한 '기술생리적 진화(techphysio evolution)'가 전통적인 진화론 기준으로는 극히 짧은 시기 동안 발생함에 따라, 오늘날의 인간은 다른 생물종과는 물론 그 이전 세대들의 인간과도 분명히 다른 존재가 됐다는 것이 포겔 교수 등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 기간 인체는 큰 변화를 겪었는데, 한 예로 1850년 미국 성인의 평균 신장과 체중, 수명은 약 1m70㎝, 약 66㎏, 약 45세였으나 1980년대 미국 30대 초반 남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 기대수명은 약 177㎝, 약 79㎏, 75세 이상에 이른다.
이에 대해 세계적 인구학ㆍ사회학자인 새뮤얼 프레스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大) 교수는 20세기의 영양ㆍ위생ㆍ약학의 발전이 없었으면 미국 인구는 현재의 절반일 것이라며 "인간 역사에서 건강의 향상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자들은 여러 나라 수천 명 이상의 건강 기록 등 세계 각국의 신체 성장, 영양 상태, 식품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파헤쳤으며, 프레스턴 교수에 따르면 역사상 인체 크기의 증가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은 최대 성과로 꼽힌다.
특히 포겔 교수 등은 영양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춰, 아이가 태내와 유아 시절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이후에도 계속 허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성인이 돼서도 더 약한 후손을 낳게 되며, 기술 발전이 이러한 질병과 영양부족의 악순환에서 인류를 구원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견도 없지 않다. 프레스턴 교수는 기술이 지난 수백년 간 인간 진화의 엄청난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영양 발전만큼 중요한 전염성 질병 예방의 역할이 이 책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정책 결정에도 의미가 적지 않은데, 영양이 가장 중요하다면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되지만 전염성 질병에 초점을 맞추면 적극적인 공공보건 정책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포겔 교수가 이번 연구를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미국 등 서구에서 영양 과잉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되면서 인체 크기의 성장과 수명 연장이 정비례하던 관계가 뒤집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포겔 교수는 인체가 막대한 유연성과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인체가 더 커지면서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낙관했다고 IH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