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석유 이후의 시대 대비 신사업 진출
  • 정유업계가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단순히 석유를 정제해 파는 기존의 사업모델만으로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2차전지와 태양광, 폐기물 에너지화 등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신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원활한 신사업 추진을 위해 분사와 사명 변경을 통해 탄생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0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서산일반산업단지에서 자동차용 배터리 착공식을 가졌다.

    서산일반산업단지 내 23만1천㎡(약 7만평) 부지에 내년 초까지 1차로 200MWh 규모로 지어지는 서산 배터리공장은 내년 말까지 추가로 300MWh 규모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게 된다.

    이 경우 대전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 내에 가동중인 1호라인(100MWh 규모) 포함 총 600MWh 규모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게 되며, 이는 순수 고속전기차 기준 연간 3만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로 전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일명 '그린폴(Green-Pol)'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린폴로 불리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연소할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특징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GS칼텍스 역시 2차전지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칼텍스는 2차전지 소재 중에서도 특히 국산화율이 낮은 음극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하고 최근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 연간 2천t의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기공했다.

    연간 2천t은 2012년 세계 리튬 2차전지용 소프트카본 음극재 시장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GS칼텍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연간 4천t 규모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이밖에 최근 자회사인 GS플라텍을 설립하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폐기물 에너지화(Waste To Energy) 사업에도 진출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환경오염 물질을 거의 방출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로 회수하는 사업이라고 GS칼텍스는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최근 3년간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회사만 4개를 설립할 정도로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이던 에쓰오일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한국실리콘 지분참여를 통해 태양광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에쓰오일은 유상증자 참여 형식으로 한국실리콘 지분 33.4%를 2천650억원에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기 모듈의 원료로 사용된다.

    에쓰오일은 이번 태양광 사업 진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고유가로 많은 '실탄'을 확보한 정유업체들이 중장기적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석유자원의 고갈과 화석에너지로 인한 환경오염 가중 우려 등으로 인해 정유업체들이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고유가로 '실탄'을 많이 확보한 것도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