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수가로 '승자의 저주' 우려도포스코 "의문점 있으나 수긍..후회 없다"
  •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한때 본입찰 포기까지 검토했던 CJ그룹은 극적으로 승기를 잡음으로써 글로벌 물류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CJ는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을 4대 핵심사업으로 꼽아왔으며 이 가운데 물류업을 신유통 사업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CJ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물류회사인 CJ GLS,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며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할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통운은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CJ GLS와 합병 절차를 거치게 될 전망이다.

    CJ는 물류 정보기술(IT), 공급망관리(SCM) 분야에 강한 CJ GLS의 '소프트웨어적' 특성에 거대 운송·항만하역 인프라 스트럭처를 갖춘 대한통운의 '하드웨어적'인 성격을 더하면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 자회사의 합병으로 국내 최대 물류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서 물류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키운다는 게 CJ의 복안이다.

    그룹의 자체 물량을 소화하는 물류 계열사를 넘어 3자 물류(3PL) 전문회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예비입찰 이후인 지난 4월 CJ 이관훈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한통운을 '한국의 DHL'로 만드는 게 CJ그룹의 꿈"이라며 "대한통운 인수 뒤 CJ GLS와 합병하고, 외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유망한 물류업체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수전에 성공한 기업의 자금사정이 오히려 악화하는 '승자의 저주'를 비롯해 CJ의 앞길에는 무수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인수전 초반 포스코·롯데·CJ의 3파전 양상에다 막바지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구성으로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수가격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J는 본입찰에 주당 20만원 이상을 제안해 매각 주간사들이 매각을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 지분 37.6%에 재무적 투자자(FI) 지분까지 포함한 인수가격은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여 예상한 최고치가 1조7천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뛰어오른 셈이다.

    대한통운 합병 과정을 순조롭게 거치는 것도 과제다.

    대한통운 노조는 동종업체인 CJ GLS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CJ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고용승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27일 오후 CJ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이 돌면서 CJ 주가는 대한통운 주가와 동반 급락했다.

    CJ는 현재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상이고 매각할 수 있는 삼성생명 주식 등 비영업용 자산도 여유가 있는데다 매년 1조5천억원 수준의 현금창출능력(EBITDA)도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CJ 관계자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자금으로도 충분히 인수할 수 있는 가격"이라며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과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수 이후 재무안정성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배를 마신 포스코 측은 "비록 탈락했지만,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시너지 범위 내에서 적정 가격을 써낸다는 M&A 원칙을 준수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는 없다"며 "자체 물류혁신을 가속화하고 대안으로 역량이 안 되는 회사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는 "절차상 하자보다는 궁금한 점이 있어 산업은행에 질의했다"며 의문점을 제기했다.

    포스코가 지적한 부분은 CJ 컨소시엄을 구성한 CJ㈜와 CJ GLS의 입찰 참여에 대한 이사회 의결 여부, CJ 대표자 이름과 입찰서에 기록된 대표자 이름이 다른 이유, CJ와 GLS가 자금조달 방법으로 삼은 유상증자에 대한 이사회 의결 여부 등 3가지다.

    인수전 막판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를 적극 선언해 CJ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삼성SDS는 "아쉽다라는 말 이외에는 노코멘트"라면서 "5% 지분밖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에게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 과연 우리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CJ와의 '골육상쟁' 논란에 곤혹스러웠던 삼성그룹 관계자도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는 삼성SDS 차원의 결정이었으므로 그룹이 할 말이 없다"고 밝혀 사태가 더이상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