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선진국 위상 구축…美시장 `진검승부'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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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한국의 회계 기술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회계법인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 대기업에 IFRS 기술을 전파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머지않아 급증할 것으로 회계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상당수 국가가 수년 안에 IFRS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모든 상장사에 IFRS를 적용하기에 앞서 주요 회계법인들이 IFRS 구축을 지원해 수천억원씩 매출을 올린 바 있다.
IFRS를 도입할 예정인 외국 기업들의 컨설팅 요청이 늘어나 `대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4대 회계법인이 세계적인 회계ㆍ컨설팅 업체와 제휴한 덕에 세계시장 진출이 매우 유리하다. IFRS를 준비 중인 국가의 멤버펌(Member Firm)의 지원 요청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굴지의 회계ㆍ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와 제휴관계인 삼일PwC는 일본PwC의 요청으로 현지 대기업의 IFRS 구축을 도왔다.
삼일PwC는 2년 전부터 일본 기업의 IFRS 구축에 따른 기술자문을 하고 있다. 현지에 상주하면서 컨설팅하는 인력이 7명이나 된다.
거대 전자업체인 파나소닉과 세계 편광판시장 점유율 1위인 니또덴코, 냉방기기 업체인 다이킨,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주요 계열사, 최대 은행 미쯔비시UFG 등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산업화는 한참 늦었지만, 회계 분야에서는 선진 기법을 먼저 도입해 아시아 맹주국의 지위를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2015년께 IFRS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나 대지진의 여파로 일정이 다소 연기될 수도 있다.
삼일PwC가 자문한 일본 기업들은 IFRS의 전면 도입 시대를 일찌감치 준비하는 업체들이다.
삼일PwC 윤훈수 전무는 "우리의 경험을 일본 기업들이 높이 사고 있다. 현지 회계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해 도움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삼정KPMG도 일본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한 KPMG 현지 법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국민은행과 KT 등 대기업의 IFRS를 구축한 경험을 인정받은 결과다.
일본에서 2∼3위권 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프로젝트 자문을 했고,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업체인 인니텔레콤에도 컨설팅을 제공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전개발업체인 퍼르타미나의 IFRS 시스템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구축 경험이 바탕이 됐다.
대만 대형 은행들의 시스템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정KPMG 서원정 전무는 "국외지원팀을 별도로 구성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의 IFRS 구축에 자문하고 있다. 국내에서 프로젝트 경험이 많고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전문인력 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스트앤영은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최대 회계ㆍ컨설팅업체로서 가장 많은 기업의 감사인으로 활동하는 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일본 대형 식품업체와 건설업체 등의 컨설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언스트앤영이 감사인으로 지정된 대다수 은행의 IFRS 구축에는 참여할 수 없다.
언스트앤영 한영의 김형우 상무는 "국외 기업들의 IFRS 구축을 지원하려고 `포스트IFRS팀'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빅4' 회계법인들은 세계 최대 회계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해 선진국 법인들과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계획도 있다.
미국 기업들의 IFRS 구축 프로젝트는 2015년에 가장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기존 회계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빅뱅'이 아닌 기존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일PwC 윤훈수 전무는 "우리나라가 IFRS를 조기에 도입한 덕분에 글로벌 회계 선진국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평가가 매우 좋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