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초반에 억대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변호사나 의사보다 낫다는 말도 듣지만 실력에 따라 처우가 크게 차이나고 어느 직업보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에서 이름을 날리다 외국계 증권사로 스카우트된 스타 애널리스트들은 최고경영자(CEO)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고액을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은 영업사원보다 연봉이 적은 경우도 많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은 대략 1∼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애널리스트 평균 연령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3.4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연봉이다.

    동부증권 용대인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저서 `애널리스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에서 30대 초반에 억대 연봉을 받고 싶다면 의사나 변호사보다 애널리스트가 되라고 자신있게 권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는 철저히 실력에 따라 평가받는 직종이기 때문에 연봉 편차도 매우 크다.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와 같은 업종을 담당하는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5∼6억원대에 이른다. 최근 공개된 대형 증권사 사업보고서에서 사장을 포함한 등기임원 연봉이 5∼1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봉으로만 보면 사장도 부럽지 않다.

    2000년대 중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치고 외국계 금융사로 옮긴 한 애널리스트도 국내에서 활동하던 무렵 10억원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초보 애널리스트는 이런 연봉은 그림의 떡이다. 초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좋은 영업직원들보다도 연봉이 낮은 경우가 많다.

    증권사 사장을 뛰어넘는 고액연봉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직업이 애널리스트이지만 이를 위해 거쳐야 할 심사 과정은 혹독하다.

    애널리스트는 계량화할 수 있는 실적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에 타인들의 평가가 연봉 수준을 좌우한다.

    사내 영업직원 등이 참여하는 내부 평가뿐 아니라 언론사 등 외부 기관의 평가에서 애널리스트가 받은 점수는 연봉을 책정하는 데 고스란히 반영된다.

    여기에 리서치센터장의 `정성평가'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스카우트나 연봉 책정에서 센터장이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애널리스트 연봉을 정하는 사람은 센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