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후반 무선으로 인터넷을 전송하는 '첨단' 기술로 주목을 받았던 광대역 무선가입자망(BWLL;Broadband Wireless Local Loop)이 지난달 말을 기해 전면 중단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3개 기간통신 사업자가 제출한 BWLL 서비스 폐지 신청을 지난주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BWLL은 초고주파인 25㎓ 내외 대역을 이용해 기지국에서 가입자 장치까지는 무선으로, 장치에서 PC까지는 유선으로 연결해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BWLL은 처음 등장한 1999년에는 유선을 구축하지 못하는 곳에 무선으로 인터넷을 전송할 수 있고 인터넷은 물론 영상전화, 주문형비디오(VOD)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망 기술로 촉망받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수 만명 정도의 가입자에게 인터넷을 제공하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쇠퇴, 지금은 이용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를 맞고 말았다.

    1999년 정보통신부에서 BWLL 사업자를 심사할 때는 업체 간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BWLL 사업권을 따낸 LG유플러스(당시 데이콤) 관계자는 "그때는 BWLL이 엄청난 미래 기술로 뜰 것처럼 떠들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BWLL이란 서비스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통신사 직원도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데이콤은 이 기술을 기업 전용회선으로 개발해 10개 법인에 제공했다. 원래 이 회사는 옛 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6년간 3천억원을 투자해 2004년에 가입자 244만여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KT(전 한국통신)와 SK브로드밴드(전 하나로통신)는 유선 인터넷 사각지대였던 소형 빌딩이나 산업공단, 연립주택 등에 BWLL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해 각각 최대 약 1천, 3만5천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가 점차 잃어갔다.

    BWLL이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퇴장한 것은 등장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9년은 초고속 인터넷인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이 처음 나온 때였다. 초고속 인터넷은 2002년 더 빠른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로 진화했고, 이어 집집에 100Mbp의 속도를 내는 광랜이 보급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무선인 BWLL의 속도는 1∼2Mbps로 유선과 비교해 너무 느렸다"며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주택에도 광으로 연결하는 시대가 오면서 BWLL은 자연스럽게 외면받았고 곧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고주파수는 전파의 굴절이나 회절도가 낮아 건물이나 벽 등에 쉽게 방해를 받는 특징이 있다는 것도 BWLL이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BWLL의 사례는 급격히 변하는 IT 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기술이 당면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통신업계의 시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발신전용 휴대전화인 '시티폰'이다. 시티폰은 1997년 3월 상용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개인휴대통신(PCS)이 일찍 등장하는 바람에 경영난을 겪다 못한 사업자들이 같은 해 12월 사업포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통신정책 실패 사례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