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법무법인 광장에 일격을 당했다.

    6일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인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한 올해 상반기 한국 M&A 법률자문 순위(거래총액 기준)를 보면 광장이 김앤장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광장은 139억4천700만달러(약 15조) 규모의 거래를 자문해 99억6천600만달러에 그친 김앤장을 앞섰다. 변호사 규모에서 광장이 김앤장보다 150명가량 적다는 점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꺾은 것에 비유된다.

    광장의 시장점유율은 47.5%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4위(점유율 12.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약진이다.

    국내 M&A 시장에서 줄곧 1등 자리를 지켜온 김앤장이 정상에서 밀려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앤장이 거래건수로는 49건으로 47건의 광장을 앞섰으나 로펌의 변호사 규모를 고려하면 쑥스러운 1위인 셈이다.

    광장과 김앤장에 이어 태평양과 세종이 각각 51억7천900만달러와 26억3천10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자문해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태평양은 작년 6위에서 3위로 세 단계 올랐지만, 세종은 2위에서 4위로 두 단계 내려갔다.

    5위부터 20위까지는 외국계 로펌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10위의 율촌(12억달러)과 16위의 화우(4억7천만달러)를 제외하면 이 순위에 포함된 로펌은 모두 외국계다.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지 로펌을 활용한 사례가 많아진 결과다.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법률시장이 개방될 것에 대비해 외국계 로펌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인 점도 외국계 약진의 요인이다.

    한-EU FTA 발효 이후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영국계 로펌 앨런앤오버리와 프레쉬필즈가 각각 7위(13억7천500만달러)와 17위(4억2천만달러)에 올랐다.

    올 상반기 국내 M&A시장의 총 거래액은 292억9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147억9천만달러의 두 배 규모다.

    상반기 최대 M&A는 신세계의 기업분할이었고, 현대건설 매각이 그 뒤를 이었다.

    진로의 하이트맥주 흡수합병, 삼성전자의 미국 씨게이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사업부 인수, 미래에셋PEF의 어큐어시네트 인수 등도 상위 거래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