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삼성·SK에 대규모 美 투자 필요성 제기인허가·인력·기술 유출 리스크에 현실성 논란 확산일부 미국행 vs 정부 주도 외교·통상 협상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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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계 노무라증권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2030년까지 최대 120조원을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K-반도체의 투자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과도한 가정에 기반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선을 긋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투자 로드맵이 정치·외교 변수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기업의 결단이 아니라 관세 면제 범위와 생산 요건을 둘러싼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제부터 흔들린다 … ‘미국 소비 40%’를 ‘현지 생산 40%’로 직결

    21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라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량 중 약 40%가 미국에서 소비된다는 추산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미국이 “미국 내 생산이 아니면 100% 관세”에 준하는 조건을 적용할 경우, 이 40% 물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전제가 곧바로 ‘현지 생산 요건’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 문제다. 국내 수출 통계에서 한국 반도체의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은 2024년 7.5%(107억달러) 수준이며, 2025년에도 8% 안팎이다. 업계에서는 노무라가 제3국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미국에 유입되는 간접 물량까지 포괄해 ‘현지 생산’ 필요 물량으로 환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제가 공격적일수록 결론(대규모 미국 투자)도 과장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년 만에 평택 4공장 두 배 미국 건설”은 비현실 … 핵심 리스크는 기술·양산 노하우

    노무라는 미국 내에서 월 기준 D램 29만장, 낸드 13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삼성 평택 4공장(P4) 2배 규모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2027년 착공, 2030년 완공이 가능하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돈(투자금)이고, 3년 완공은 황당한 가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인허가·환경 규제, 숙련 인력 여건을 감안하면 일정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반도체는 양산성 확보가 핵심인데, 공장을 미국에 짓는다는 건 양산·수율 노하우가 이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기술 유출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는 설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무작정 투자 확대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터무니없지만, 무시만이 답 아냐” … 빅테크 수주 연계 ‘부분 투자’와 정부 협상력 제고 필요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 투자를 ‘전면 거부’하는 접근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이 교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는 고객 수주형 성격이 강해 미국 빅테크 수요와 연계해 수익이 담보되는 범위라면 일정 규모의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 수주가 있는 캐파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세 압박이 반복될수록 ‘아예 안 한다’는 선택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방점은 정부로 옮겨간다. 이 교수는 “외교적 협상력이 더 중요하다”며 “대미 협상과 국내(용인 클러스터 등) 투자를 하나의 로드맵으로 관리할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정치 논리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를 활용해 중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