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현실화 땐 그리스 사태보다 위력 훨씬 크다"
  •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국내 증시에 초대형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 부진의 여파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리아 재정난까지 겹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재정 긴축안을 조기에 해결하고 금주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악재의 위력이 급감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31.64포인트(1.47%) 내린 2,125.52다.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가 국내 증시에 직격탄이 된 결과다.

    이탈리아에서 형성된 `초대형 태풍'은 이미 간밤에 미국과 유럽을 덮쳤다. 뉴욕증시와 유럽 증시가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151.44포인트(1.2%) 하락한 12,505.7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3위 경제국으로서 재정위기가 현실화하면 그리스 사태 때보다 더 큰 폭발력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소식이 주가에 반영됐지만, 이탈리아 부도 위험은 아직 시장에서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가 현실화하면 충격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달한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작년에 이미 재정 긴축을 단행했고, 은행들도 건전한 편이다. 집값이 많이 올라간 것도 아니어서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따라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재정위기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지면 파장은 전세계에 미칠 전망이다. 유럽발 금융위기 태풍이 한반도까지 확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삼성증권 신동석 거시경제팀 이사는 "그리스보다 이탈리아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재정위기가 터지면 투자자들은 금융시스템의 문제로 볼 것이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글로벌경제 팀장은 "유럽계 자금이 유럽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빠져나갔다. 지금 미국 경제지표가 안 좋은데다 이탈리아 문제까지 겹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의회가 재정긴축안을 조기에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놀랐을 것이다. 이탈리아 의회가 큰 무리 없이 긴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도 11일 "재정 감축안이 일주일 안에 의회에서 승인될 것"이라며 조기 해결을 다짐했다.

    오는 15일 발표될 예정인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는 이탈리아 사태와 함께 글로벌 투자심리 방향을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평가 결과가 좋으면 은행들이 국가부채 익스포저(위험노출도)에 대한 투명성과 건전성을 개선하는 자본 확충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 글로벌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나오면 신용평가사들이 유럽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급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