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영업이익 떨어져도 흑자 기조 유지대만.일본 '악전고투'..미세공정서 승부날 듯
  • 삼성전자가 예상대로 저조한 잠정 실적을 내놨고, 하이닉스반도체도 21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6%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만 등 해외 경쟁 업체들보다는 그나마 양호한 성적표라는 게 업계 공통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나빠지기는 했어도 지속적으로 견조한 영업이익을 내는 반면 대만 업체들은 6분기째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고, 일본 업체들도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D램 값 하락으로 2009년에 이어 '2차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결국 미세공정에서 앞서는 승자가 과실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내외 반도체 업계 2분기 성적표는 = 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7천580억원, 영업이익은 4천470억원으로 1분기보다 매출은 1% 줄었고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56%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분기보다 4%포인트 높아진 16%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전환사채의 전환 평가익 발생 등으로 1분기 2천740억원에서 2분기 4천730억원으로 73%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7일 공시한 2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 39조원, 영업이익 3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2% 감소했다.

    정확한 실적은 29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2조원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의 2조9천400억원보다는 9천억원 이상, 종전 애널리스트 등이 예상했던 2조2천억원 안팎보다는 2천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1분기 1조6천400억원보다는 4천억원 정도 늘어난 것일뿐 아니라 해외 업체가 대부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할 때 '선전' 또는 '선방'을 넘는 실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면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각 업체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난야는 2분기 매출이 114억6천900만 대만달러로 1분기 대비 6.8%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65억3천만 대만달러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56.9%에 달했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률(-71.3%)보다 조금 나아진 것이기는 해도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온 이노테라도 2분기 101억5천700만 대만달러 매출에 34억8천400만 대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34.3%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업체 모두 2009년 4분기 반짝 흑자를 낸 것을 빼면 무려 4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3분기) 21억3천900만달러 매출에 2억3천7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11.1%로 1분기(7.9%)보다 조금 높아졌지만, 로열티 수입이나 자회사 매각 이익 등을 제외하면 이익률은 5%대로 떨어진다.

    다음 달 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 엘피다도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1분기와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는 1분기(일본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921억엔 매출에 52억엔 영업 적자를 내 영업이익률이 -5.2%를 기록했다.

    ◇ 한국 경쟁력 우위..미세공정서 판가름 = 국내 업계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대만·일본 업체들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셈이다.

    D램 가격 폭락과 PC 등 완제품 수요 부진이라는 같은 '이중고'의 환경에서 한국과 대만·일본 업체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공정 기술 격차에 따른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 차이, 제품군 다양화 등이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업체들이 D램의 경우 30나노급, 낸드플래시는 20나노급 미세공정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데다 제품군이 P C용 D램이나 낸드플래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양화돼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의 매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고 하이닉스도 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등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의 비중이 70% 안팎에 달해 D램 값 하락에도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D램 값이 원가 이하로 떨어져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PC용 D램 등에 의존하는 대만 업체들이 생산을 줄여 전체적으로 D램 값이 올라가거나, '치킨게임'을 벌이다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엘피다와 대만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미세공정 신기술을 개발하고 스페셜티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어 이들 업체와의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려면 국내 업체들도 20나노 D램 제품의 양산 시기를 앞당기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1차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국내 업체들이 해외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듯이 이번 2차 치킨게임의 마지막 라운드 경쟁은 결국 미세공정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업계와 증권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