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6일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효율 향상 방안을 발표하자 산업계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가뜩이나 원가 압박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 전기료 부담까지 추가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산업계는 전기요금이 올라간다고 해서 공장 가동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히며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자세로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하면서 애로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계 우려 속 "전력 절감밖에 없다" =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업계는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10년간 산업용 전기료가 35%나 올랐는데 이번에 산업용 요금이 또한번 크게 올랐다"며 "상승분이 제품원가에 반영돼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추가 부담액이 연간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절전 대책은 모두 시행하고 있다"며 "전력 외에 다른 부분의 원가 인상 요인을 억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복도조명 상시 소등, 오후 8시 이후 사무실 전체 조명 소등(개별 스탠드 사용), 하절기 실내온도 26도 유지 등 다양한 절전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대규모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갖춰 전력을 많이 쓰는 자동차업계도 요금 인상이 반갑지않은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 절약을 위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램프를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고 주차장 절전 시스템(주간 50%, 야간 및 휴일 90% 절전)을 가동하고 있다.

    공장별로는 식사 및 교대시간 중 가동이 불필요한 설비의 가동을 정지하고 사무실 조명 공장 주변 조명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들도 전기료가 인상되는 다음달부터 전력 사용량이 집중되는 피크 시간대에 작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쌍용양회는 8월 한달간 '전력 사용 가변 시간제'를 시행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오전 11시∼정오, 오후 1시∼5시에 시멘트 소성로 등 공장의 필수 설비를 제외한 모든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시멘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유업계도 요금 인상으로 인해 월 전기료 부담이 10억∼2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대규모 산업 설비가 있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을 받겠지만 기존에 추진해 온 에너지 절감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와 섬유업계는 전기료 인상에 따라 생산비용이 늘어나겠지만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철강 등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에너지 효율 제품 개발 가속 = 가전업계와 건설업계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에너지 절약형 제품 개발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가전업계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저절전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 에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왔다"며 "앞으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부품과 친환경 소재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냉장고의 핵심기술인 리니어 컴프레서 등 우수한 에너지 절전 기술로 향후 제품에도 지속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에서 우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효율 제품 개발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인데 정부가 강제로 효율 등급을 대폭 상향조정하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적잖은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효율 등급을 올리면 추가로 기술 개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 수위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에 대해선 면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업계는 전기료 인상에 맞서 난방과 전열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그린 홈'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적은 양의 에너지로 같은 효과를 낸다면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2012년부터 공동주택의 난방ㆍ전열용 에너지를 25% 절감하는 '그린 홈 로드맵'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경산과 광주, 울산, 포항 등지에서 표준주택 대비 냉난방 에너지를 30%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현재 시공 중인 광교 'e편한세상'은 50% 초절약형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 GS건설은 태양에너지와 풍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 사용량을 줄인 에너지 절감형 미래 주택인 '그린 스마트자이'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