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후폭풍 등으로 우유 생산이 충분치 못한 가운데 1일 한국낙농우유협회가 원유(原乳)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우유 공급을 일시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우유 대란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유제품 가공업계는 상당히 많은 낙농가가 협회 방침을 따를 것으로 보고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당장 생산 차질이 우려돼 조합원에게 납유을 거부하지 말아달라고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실제 단체행동에 얼마나 참여할지 현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측은 "낙농업계에 공급 거부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3일 하루만 거부하면 생산량을 조절해야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남양유업은 3일 오전에 필요한 원유의 90% 정도를 자사와 장기간 단독 거래를 하는 낙농가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가 낙농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처럼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 다수가 집유 중단에 가담할 것으로 파악되자 남양유업은 확보한 원유 분량을 점검하고 각 공장장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에게 직접 우유를 파는 유통업계는 한 단계 더 건너 유제품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공급해야 하는 처지라 어느 정도 유제품 공급이 달릴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구제역 때문에 젖소 사육 두수가 감소했고 날씨 변화로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전반적으로 우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 공급 거부까지 겹치면 우유 품귀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할인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우유가 필요량보다 20∼30% 적게 공급되고 있는데 낙농가에서 공급을 거부하면 부족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또 한 번 악재가 겹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할인점 관계자는 "방학이라 급식 수요가 적어 공급 부족이 일시 해소됐지만, 생산지에서 공급이 끊기면 연쇄적으로 매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매장에는 5일쯤에 파장이 나타날 텐데 현재로서는 달리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우유 공급난이 해소되는 시점을 점치는 시각이 다르지만, 근본적인 우유 부족 현상을 없애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원유 가격을 올리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동호 홈플러스 유제품 바이어는 "어린 젖소가 자라서 새끼를 낳고 원활하게 우유를 생산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린다"며 "구제역에 따른 이동 제한이 풀린 시기부터 계산해보면 앞으로 1년 반 정도는 더 있어야 우유 물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어느 정도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협회에서 요구하는 인상 폭은 너무 크다. 결국에는 유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농가의 모임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ℓ에 704원인 원유가격을 173원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3일 하루 우유업체에 원유 5천200t을 공급하지 않는 집유 거부 투쟁을 벌이기로 한 상태다.

    또 5일까지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원유 납품을 거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