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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지?"
직장인 권모(31)씨는 어느 날 여자친구가 "예전에 사귀던 여친에게는 온갖 이벤트로 공을 들이더니 자기에게는 흔하디 흔한 기념일마저 챙겨주지 않는다"며 불만틀 토해 깜짝 놀랐다. 여자친구와 사귀는 동안 과거에 만났던 애인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차례도 꺼낸 적이 없었던 것.
의아한 생각이 든 권씨는 자신의 주변 친구들을 살펴봤지만,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지인 중 여자친구와 면식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불현듯 개인 미니홈피에 예전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게시물이 일부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실제로 권씨는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각종 기록과 자료들을 지웠는데 그만 특정 폴더 1개를 깜빡하고 삭제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권씨는 문제가 된 폴더를 삭제했고, 나중엔 아예 미니홈피 계정마저 지워버렸다.
권씨의 사례처럼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다 개인적 부주의로 인해, 혹은 불가항력적인 여러 이유들로 인해 사생활이 유출돼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SNS 사이트에서 탈퇴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당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하거나 상담을 받은 건수는 2005년 1만8,206건에서 2010년 5만4,832건으로 5년새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는 6월 현재까지 신고ㆍ상담 건수가 5만1,37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SNS를 대표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경우, 지난 7월 28일 무려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건을 겪으면서 탈퇴 회원 수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이트 해지를 위한 접속이 몰리면서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네이트 탈퇴방법'이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런데 SNS로 인한 사생활 정보 유출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전세계 7억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SNS의 대명사 '페이스북' 역시 최근 사생활 침해 피해 사례가 늘면서 가입자가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각본을 맡았던 애런 소킨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크버그를 연기한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 역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부담으로 페이스북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아이젠버그는 페이스북 탈퇴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이 자동 검색해 알려준 친구 권유 목록에 내 여동생의 어릴 적 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고 탈퇴했다"면서 "페이스북이 어떻게 이런 정보까지 알아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미 지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페이스북 가입자수는 최근 1억5천만명 수준에서 60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같은 기간 캐나다에서도 140만명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탈퇴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