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자동차 연비표시’ 현실적으로 바꾼다. 연비표시에 실 주행여건 반영…‘연비 1등급’ 기준 강화
  • ‘뻥출력’에 ‘무늬만 연비 1등급’인 국산차들에 비상이 걸렸다. 연비 표시기준이 바뀌면 평균 20% 이상의 연비하락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장관 최중경)는 19일 “실제 주행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표시 방식을 도입하고 개별 승용차의 에너지 효율등급 판정기준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 연비표시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금년 내에 관련제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자동차 연비표시 방식이 소비자들의 연비 체감 수준과 자동차 업계의 실제 기술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연비표시 방식이 달라진다. 전체의 17%에 달하던 ‘연비 1등급’이 10%로 줄어든다. 현재 연비표시를 할 때 사용하는 ‘CVS-75’ 기준도 바꾼다.

    ‘CVS-75’ 기준은 주행거리가 160km로 짧고 평균 주행속도 34.1km/h, 최고속도 91.2km/h로 측정하는 탓에 도심에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고속도로에서는 100km/h를 훌쩍 넘기는 우리나라 도로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경부는 “2010년 12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조사를 한 결과 실제로는 표시연비와 체감연비간 차이가 20%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고, 연비표시제도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지경부는 금번 제도개편을 통해 표시연비가 실제 주행여건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매년 판매되는 148만 대 자동차에 미국과 유사한 연비표시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그 동안 시내에서만 측정했던 연비를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모두 측정하고, 측정된 연비를 5가지 실 주행여건(5-Cycle, 주행축적거리 3,000km)을 고려해 만든 보정식에 대입해 최종연비를 표시하는 것이다.

    지경부는 “전문기관 시험결과에 따르면 연비표시 제도가 개편될 경우 현재 자동차마다 표시하고 있는 연비가 평균적으로 20%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측정되었으며, 5-Cycle을 기반으로 측정한 실제 연비와 보정식을 적용하여 계산한 값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경부는 “최근 들어 자동차 기술수준은 크게 향상된 반면, 에너지 효율등급제도는 2007년도에 개정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최근 3년간 1등급 비중이 9%(51종) →17%(106종)로 2배 증가하는 등 등급제로서의 변별기능이 약화됐다”며 “기준을 상향조정해 1등급 비중을 현재 17%수준에서 10% 내외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강화된 기준에 따라 ‘연비 1등급’인 차를 구매할 경우 현재 ‘연비 1등급’인 차를 구매할 때보다 50만원 상당의 유류비(216만 원, 15,000Km 주행기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지경부는 내다봤다.

    그동안 낮은 연비로 ‘등급제 표시’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던 3.5톤 미만 소형화물차(등록 대수 177만대)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 적용대상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9월 중 공청회를 열어 업계 및 소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늦어도 올 4분기 내에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지경부 고시)’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경부는 “이번 연비제도 개편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고연비 차량에 대한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운전자의 체감연비와 표시연비가 부합되도록 해 연비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민의 연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연비표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차량은 모두 1,695만1,000여 대(등록대수 기준)로 승용차 전체와 15인승 이하 승합차, 3.5톤 미만 화물차를 포함한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