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유럽재정안정기금 증액합의 디폴트 막을 최선책
  •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 사회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이미 그리스의 디폴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최악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일부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의 `부분적 디폴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디폴트설을 부인하고 있다. `도미노 효과'를 우려한 국제사회가 그리스 지원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부분 디폴트' 가시화

    그리스 경제는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나 다름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국제 사회는 위기 해결을 위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부분 디폴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클라스 크노트 총재는 "그리스의 디폴트는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말했고, 독일 재무부 당국자는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로존 다른 부국들은 현재 그리스의 `순차적인 디폴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차적인 디폴트는 위기 확산을 막을 채무 정리 방안을 마련해 놓고 그리스의 디폴트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3천억 유로가 넘는 그리스의 채무 중 일부에 적용하는 `부분 디폴트'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해 2조~3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확충하는 `그랜드 플랜'이 주요 20국(G20) 차원에서 긴급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는 그리스의 채무 일부를 디폴트 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유로권에 계속 잔류토록 하는 순차적 디폴트도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유로존이 7월21일 그리스 지원 합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다. 점차 그리스의 디폴트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 허용시 `도미노' 우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이 그리스 디폴트 사태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리스가 현재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고 해도 디폴트 선언이 현실화되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그랜드 플랜'과 같은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합의되지 않았다. 순차적인 디폴트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현대증권 이상재 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시장이 순차적인 디폴트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정책 대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디폴트를 용인할 경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3일 그리스에 대한 6차분 지원이 이뤄지고 독일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에 합의하면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도 있다.

    LIG투자증권 박해성 연구원은 "아직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다. 독일의 EFSF 증액안 통과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종적으로 EFSF 증액 합의는 연말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이 찬성하면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폴트 오면 증시 `찬물' 불가피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가피하다.

    유럽 재정위험의 전이를 막는 방화벽이 완전하게 마련된 상태에서 `부분 디폴트'가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혼란을 키울 악재다.

    특히 유럽 신용경색 우려에 따라 금융주가 강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그리스 위험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노출도는 낮은 편이지만 금융주는 심리적 요인에 따라 최근 유럽 금융주와 연동된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증시가 패닉 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결국 증시 안정을 기한다는 관점에서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디폴트를 모면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그리스가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