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대-北근로자와 인정' 사이서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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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에도 힘차게 돌아가는 개성공단에서도 조문이 남측 주재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25일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되고 나서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협의를 거쳐 개발지도총국의 사무소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는 공단 내 북한 근로자 4만8천여명을 위한 분향소이지만 남측 주재원의 조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주재원은 123개 업체의 법인장을 포함해 700여 명이다.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제외한 우리 국민의 조문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주재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개성공단지원재단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및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 임원 10여명과 만나 `공단의 주재원들이 조문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공단에 상주하는 주재원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혹시라도 이들이 분향소를 찾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당부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입주업체는 정부의 이 같은 당부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주재원 조문 문제는 업체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북한 근로자들과 인간적 신뢰관계를 쌓아왔는데 조문 문제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공장에서는 북측 근로자 대표인 직장장이 남한 근로자들에게 "왜 조문을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례도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주재원들의 조문이 사실상 막혔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북측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입주업체 대표도 "정부 방침과 북측 근로자 사이에서 법인장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조문은 심각한 정치·사상적 문제가 아니므로 업체들의 의견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