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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재정위기 완화로 숨통을 틔우자 이번에는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에 경고음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은 수출 부진과 고물가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심각하지만 재정건전화 방안 추진이 순탄하지 않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도 금융시장 부진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한국의 대(對)아시아 수출 증가율은 급감하며 타격을 받고 있다.
◇ 중국 경착륙 가능성 확대
중국은 수출 부진으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중국의 작년 수출 증가율은 20.3%로 전년(31.3%)보다 크게 떨어졌다. 수출 비중은 아시아 47.2%, 미주 24.9%, 유럽 21.9%, 기타 6.0%로 아시아 비중이 컸다.
작년 소매 규모는 17.1%로 전년(18.4%)보다 낮아졌고 투자 증가율도 2009년 30.5%, 2010년 24.5%, 작년 23.8%로 하락세다.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1월 101.2에서 12월 100.2%로 낮아져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조업 지수는 이 기간 51.7에서 48.7%로 낮아졌다.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다.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5% 올라 시장 예상치(4.1%)를 웃돌았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물가가 예상치보다 높아 춘절 이후 예상됐던 지급준비율 인하는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국가재정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작년과 올해 지방정부 부채 만기 상환액은 4조4천억 위안으로 올해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기구나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8%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08년 9.6%, 2009년 9.2%, 2010년 10.4%, 작년 9.2%로 매년 9% 이상의 성장을 보여왔다.
◇ 일본 국가부채 `시한폭탄'
일본의 작년 경상수지는 9조6천억엔으로 전년보다 흑자 규모가 43.9% 줄었다.
무역수지는 2010년 8조엔 흑자에서 작년 1조6천억엔 적자로 돌아서 1963년 이래 4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 기준으로는 31년 만의 적자다.
작년 무역수지 적자는 석유가격 등 수입 가격 상승 탓이다. 일본의 작년 수입물가는 전년보다 18.8% 올라 무역수지 적자를 11조5천억엔 키우는 효과를 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향후 10년 이내에는 적자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작년 일본 국가부채는 GDP 대비 211.7%에 달했다. 올해 전망치는 219.1%이다.
이는 국가 부채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까지 몰린 그리스, 이탈리아 등보다도 높은 수치다.
일본 자국민이 국채 90% 이상을 사줘 버티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악화해 내수가 줄어드는 등 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 국가부채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 인도ㆍ베트남ㆍ印尼 등도 시장불안
아시아 3위 경제대국인 인도는 다음 달 말로 끝나는 2011회계연도 성장이 7%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인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2010년 3월 이후 13차례나 금리를 높였지만 인플레이션이 7.47%로 브릭스(BRICs)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인도가 `투자 등급'의 바닥인 BBB-임을 상기시키며 성장 둔화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는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자금 유치를 도모하고 있으나 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수개월 안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최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5.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선진국 성장 둔화로 경기 위축 우려가 크다.
유가 민감도가 높고 소비지출 중 식품 비중이 커 물가불안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1월 對아시아 수출 증가율 급감
아시아 상황이 좋지 않자 지난달 한국의 아시아 수출 증가율은 15.1%에 그쳐 작년 동월(39.5%)보다 24.4%포인트나 낮았다.
특히 대(對) 중국 수출 증가율이 7.3%에 머물러 작년 1월(24.2%)보다 급감했고 일본(37.2%), 아세안(22.3%)도 60%가 넘었던 작년 1월에 비하면 무척 낮은 편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
최근 10년간 평균 대중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을 8%포인트 웃돌았으나 작년에는 14.9%로 전체 증가율(19.4%)을 밑돌았다. 작년 11월(5.8%)과 12월(5.6%)에는 전체 수출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국내 GDP 성장률은 각각 0.22~0.38%포인트, 0.3~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KIEP는 이 경우 국내 수출 증가율은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한국 수출에서 아시아 비중은 56.6%였다. 이중 중국 24.2%, 일본 7.2%, 동남아국가연합 12.9% 등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불안해지면 한국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성장률 7%대로 급락해 경착륙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이 3% 중반대 아래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