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로봇 협업 … 기존 산재·재물보험으로 못 막는 '보장 공백' 우려보험업계 "보장 공백 최소화" … 새 리스크 담보할 제도·상품 정비 나서
  • ▲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산업 현장의 위험 구조 변화가 보험업계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산재보험이나 재물보험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사고와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CES 2026에서 공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실전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 3만 대 규모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자재 이송부터 정밀 조립까지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되는 단계로 들어가는 셈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아틀라스 도입이 산업 현장의 '리스크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봇 오작동이나 AI 판단 오류, 사람과 로봇 간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사고, 설비 파손이나 생산 중단 등은 기존 보험 체계에서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존 상품으로는 책임 소재와 보장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변화 가능성에 보험사들도 최근 들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와 삼성 등 그룹 내에 제조·방산·로봇 사업을 함께 둔 금융계열사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와 보험 체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해상 역시 현대차와 사업적 연관성이 깊은 만큼 관련 리스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보험협회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협회 관계자는 "산업 환경 변화로 생길 수 있는 보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를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상품적 여지를 넓히는 쪽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상품화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료율 산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된 사례가 거의 없어, 사고 빈도나 손해 규모를 통계적으로 추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사고 발생 시 책임이 로봇 제조사, 운영사, AI 소프트웨어 제공자 중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법적 정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