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현대차 협력사들, '2억 아틀라스' 군침외국인 직원으론 한계 … 현실적 선택지 급부상"일자리 없어질라" 걱정 속 오류 책임소재도 관건
  • ▲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 ⓒ주재용 기자
    ▲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 ⓒ주재용 기자
    “2억 원은 비싸고, 1억 원 정도 되면 투입을 고려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등 중소 제조기업들이 밀집한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 이곳에서 만난 현대차 1차 협력사 대표에게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듯 머뭇거리다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인력난과 비용 부담에 짓눌린 현장의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반응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2028년부터 자사 미국 생산공장에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를 중심으로 ‘일자리 위협’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작 변화의 체감 온도는 대기업 공장보다 중소 제조기업 현장에서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취재진이 찾은 산업단지의 공장 내부에서는 자동화 설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사무실과 현장 곳곳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반복됐다. 현대차 2차 협력사 대표는 “외국인 직원으로 인원의 30%를 채웠는데도 여전히 인력난”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안정적으로 일할 수만 있다면, 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구매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사람 한 명을 더 뽑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투자”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아틀라스 한 대의 가격을 미국 생산직 노동자 2년치 임금 수준인 약 2억 원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국내 기준으로는 1억 원 선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로봇 도입을 ‘먼 미래’가 아닌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다른 현대차 1차 협력사 임원은 “지금도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단순·반복 공정부터 로봇을 투입하는 흐름이 빠르면 3년 안에 협력사 위주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자동화 설비가 확산됐을 때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의 모든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단지에서 만난 현장 직원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휴게 시간에 만난 한 생산직 직원은 “단순 생산직부터 일자리를 뺏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로봇이 들어온다면 사람이 하기 힘든 험한 작업이나 위험한 공정 위주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로봇이 작업 중 실수를 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이미 자동화 설비가 상당 부분 갖춰진 상황에서, 국내 중소업체들까지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아틀라스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대차 역시 미국 공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산업단지 곳곳에서 오가는 대화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전시회 속 기술이 아니라,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 제조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현실의 문턱까지 내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