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재벌 기업 "투기 아닌 주택, 농장 건립 목적"
  • 롯데와 GS 등 일부 재벌 일가가 2018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에 있는 '알토란' 같은 땅을 사전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져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주택이나 농장을 만들기 위해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절대 투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의 동네상권 장악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가 이어지는 등 가뜩이나 좋지 않은 '대기업 정서'가 이를 계기로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롯데와 GS일가 등 기업주들 언제 어떤 땅 샀나 = 2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와 비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토지재산을 조사한 결과 롯데와 GS 등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 일가족 등 22명이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전답 등 토지 19만7천63㎡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일가족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용산리의 땅을 2005년과 2006년에 매입했다.

    신 사장이 2006년 임야 6천248㎡를, 신 사장의 장녀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과 장남 장재영씨가 신 사장의 땅과 인접한 지역의 임야와 전답 4천802㎡를 각각 구입해 이들 가족이 매입한 땅은 총 1만1천50㎡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의 토지 개별 공시지가에 따르면 신 사장 일가족이 땅을 샀을 당시 ㎡당 2천500∼3천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3천원대로 올라 5년여만에 10배 가까이 급등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도 용산리 소재 전답 4만8천200m², 임야 2만3천500m², 대지 340m²등 7만2천여㎡의 땅을 2005년과 2009년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전무가 산 땅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이후 리조트 등 숙박시설 건설이 한창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알펜시아리조트로 연결되는 국도변에 인접해 있다.

    그는 중견기업인 한미석유 박신광 회장의 아들 박재형씨와 공동으로 땅을 사들였다. 한미석유는 GS칼텍스에서 생산된 석유 등 유류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로 건설회사인 한미건설과 고가 외제차인 BMW 차종을 수입하는 한독모터스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1조원대의 중견 기업이다.

    이들을 비롯,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과 그 일가족도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된 이후 '노른자 땅'으로 알려져 있는 횡계리와 용산리의 땅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져 역시 '땅 투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평창 '노른자땅'의 소유자 상당수는 재벌일가 등 외지인"이라며 "이들이 보유한 토지의 가격은 최근 몇년사이 엄청나게 폭등했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 '문제 없다' vs 시민단체 "투기 분명" = 재벌일가의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와 GS 등 해당 기업들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장선윤 대표와 신영자 사장 등은 전원 및 동호인 주택을 건축해 활용하기 위해 2005년과 2006년 평창 토지를 구입한 것"이라며 "산지 전용 및 건축허가를 받은 후 진행하다가 금융 위기로 동호인 주택 건축이 중단되면서 전체적으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추진하려고 검토해 오던 중 동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개발행위 허가제한구역에 지정돼 지금은 건축도 제한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단기간에 투기한 것이 절대 아니다"며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도 현재 토지가격이 ㎡당 15만원 내외로 취득가격인 ㎡당 20만원보다 오히려 하락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허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강원 평창지역의 경우에는 향후 수목원이나 화훼농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땅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회분위기가 '재벌 개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재벌 일가의 '땅 투기' 논란이 제기돼 정말 안타깝다"며 "일반인들처럼 부동산에 투자를 했을 개연성도 있는데 재벌 일가라는 이유로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는 명백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라며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재벌들이 향후 '큰돈'이 되는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을 방증한 것"이라며 "상당수는 농지를 사들이고도 취득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농지법까지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호재'가 있는 땅을 놓고서 투기와 투자를 명확하게 가를 수 있는 기준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재벌 일가가 개발 호재에 편승해 땅을 사들이고 이를 통해 부를 재창출하려는 고질적인 현상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대부분의 땅 위치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에 몰려 있는데다 땅의 매입시기가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돼 투기광풍이 불었던 2000년 이후여서 정상적인 투자성격보다 매매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또 "현지 답사결과 전답의 경우 농사를 실제 짓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