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미국은 최근 휘발유 값이 갤런당 4 달러에 달하면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보다 기름값이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한국은 치솟는 기름값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비해 훨씬 더 조용하다. 서민들만 치솟는 기름값에 한숨을 쉴 뿐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기름값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서민들은 기름값이 왜 이렇게 치솟는지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근래에 휘발유를 갑자기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공급이 딸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란과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다른 물가가 오르니까 휘발유 값도 오르는가 보다 하고 체념해 버린 것 같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휘발유 값이 왜 오르며 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악착같이 따지지 않는다. 민족성이 순해서 그런가 보다. 서민들은 앞으로 기름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전혀 예측할 방법이 없으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미국인들은 일부 악덕 석유 투자가들이 이란 사태를 핑계 대며 기름값을 마구 올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불안한 중동 사태를 틈탄 투기꾼들의 악질적인 돈벌이 장난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불과 2.5% 가량 성장했을 뿐인데 기름값은 19%나 뛰는 상황에서는 미국경제 회복을 위한 오바마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란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치솟는 기름값에 선전포고를 했다. 또 공화 민주 두 정당도 치솟는 기름값 잡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우선 60일간 총 7억 2천7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 보유분 가운데 일부를 풀기로 했다. 또 이란 핵 위기를 원유공급 부족으로 교활하게 이용해서 배를 불리는 업자들에 대응해 지난 주부터 사우디 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을 최소 20% 늘리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현행 법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석유업자들이 기름값을 올려도 이를 막을 길이 없는 점을 감안해 악덕 업자들의 횡포를 제재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데 잠정 합의를 보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치솟는 기름값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가.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며칠 전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석유 수송로는 멀고도 험난하다. 중동의 페르시아만에서 한국 남부에 있는 정유공장까지의 거리는 2만 5천 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을 30회나 왕복하는 거리다. 그러니 석유가 비쌀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의 석유 해상로는 가장 위험한 해로다. 페르시아만은 이란의 연해이기 때문에 이 앞을 지나기도 불안한데 그 다음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치하고 있는 인도양을 지나야 한다. 이 두 위험한 해역을 빠져 나온 뒤에는 해적이 우글거리는 말라카 해협을 지나야 한다.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단 수십 만t짜리 유조선이 쉴새 없이 페르시아만을 통해 해적을 피해가며 부지런히 기름을 한국으로 날라야 한다.
     
    이처럼 험난한 대한민국의 석유 수송로는 지금까지 미국의 보호를 받아왔다. 서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7함대가 동맹국인 한국의 해로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다.
     
    지금 전세계가 에너지 보존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그만큼 돈이 덜 드는 다른 방도를 찾는다. 도로에 차가 훨씬 줄었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는데도 절약은 커녕 기름 소비는 지난 해보다 7%가 더 늘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처럼 기름을 펑펑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아마도 기름값을 자기가 내는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함께 차를 집에 놔두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범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한 가족에 차 한 대만 허용하고, 차 한 대를 추가 구입하려면 무조건 환경친화적인 전기차로 바꾸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모두 합심하여 한방울의 기름도 아껴 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