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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미국차에 대해 찾아보면 혹평 일색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차는 더 이상 ‘기름 먹는 하마’가 아니다. 특히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전형적인 미국 브랜드 포드는 한국차를 넘어서는 연비를 목표로 새 차를 내놓고 있다.
포드 하이브리드, 유럽-한국차와 뭐가 다를까?
지난 23일 포드코리아는 서울 여의도 마리나클럽에서 포드 하이브리드-에코부스트 시스템 설명회를 가졌다.
포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세대’라고 한다. 저속 주행 때는 모터로, 고속 주행 때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것, 주행 시 바퀴의 구동력으로 전지를 충전하는 것은 도요타나 한국차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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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드 측은 “우리는 하이브리드와 관련된 특허를 500개가량 갖고 있다. 가솔린-2차 전지 하이브리드 특허는 도요타와 포드만이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회사가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나온 그렉 스캇 포드 수출성장본부 마케팅 이사는 “퓨전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 모드만으로 76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여기다 엔진과 모터 간 변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파워 스플릿 테크놀러지’를 적용해 훨씬 조용하고, 부드럽고, 연비가 좋다”고 밝혔다.
스캇 이사는 자사의 하이브리드가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연비가 좋다고 자랑했다. 그는 “퓨전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 실험할 때 1리터 당 35킬로미터를 달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험’이어서 실제 소비자들을 모아 워싱턴 D.C.에서 1,000마일 달리기 대회를 연 적이 있다. 이때 참가자들은 1리터로 31km를 달리기도 했다. 물론 에어컨을 켜지 않는 등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조치를 한 때문이기도 하다”며 솔직하게 밝혔다.
포드가 선보일 차세대 퓨전 하이브리드의 경우 1갤런(3.78리터) 당 47마일(75.2km)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4마일, YF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5마일 더 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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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이사는 2차 전지의 내구성도 “걱정없다”고 말했다. 10여년 전에 나온 1세대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2차 전지 ‘수명’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스캇 이사는 “포드의 하이브리드는 2세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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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이사는 “현재 뉴욕에서 포드 이스케이프를 베이스로 한 하이브리드 택시가 달리고 있다. 이 택시는 법으로 30만 마일(약 50만km)까지만 주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택시에 장착한 배터리가 고장난 적이 한 번도 없고, 기존 이스케이프와 비교해도 괜찮은 품질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스캇 이사는 “연비를 결정하는 요소 중 33%가 바로 운전 습관”이라며 “운전자들에게 연비 수치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 계기판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의 계기판을 보면 ‘임파워 게이지’ 메뉴를 선택했을 때 맨 오른쪽에 녹색 나뭇잎이 나타난다. 연비운전을 잘 할수록 나뭇잎이 더 많아진다.
스캇 이사는 “우리가 보통 공인연비를 보고선 ‘내가 운전하면 저렇게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드는 지금까지 공인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더 좋은 사례가 많았다”며 자사의 하이브리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톤 넘는 SUV가 2,000cc엔진 달고 '씽씽'…에코부스트
스캇 이사는 이어 에코부스트 엔진에 대해 설명했다. 포드의 에코부스트는 ‘힘은 더 세게, 연료는 더 적게’ 라는 모토로 만든 시스템이라고 했다.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은 16밸브 DOHC엔진이다. 2개의 독립 가변식 캠 타이밍으로 필요에 따라 연료분사를 조절한다. 흡기구와 커버 경량화는 물론 실린더 블록과 피스톤 헤드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여기다 직분사 방식의 싱글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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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2.0리터 엔진은 240마력, 41kg.m 토크라는 힘을 내뿜게 됐다고. 스캇 이사는 “자체 조사 결과 예전에 사용하던, 4.0리터 6기통 엔진보다 더 나은 출력과 고른 토크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싱글 터보차저 장착엔진의 문제인 ‘터보랙(터보차저가 작동을 시작할 때까지 나타나는 지연현상)’도 연료 직분사 방식을 통해 최소화시켰다고 한다. 에코부스트에 장착한 터보차저 또한 최대 20만rpm까지 테스트를 거쳐 내구성도 문제없다고 한다. 독립가변식 타이밍 캠은 ‘터보차저’ 차량들의 특징인 예열과 후열도 거의 필요없을 만큼 편의성을 높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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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내구성도 기존 가솔린 엔진보다 좋아졌다고 한다.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미국의 대표적 픽업트럭인 F150에 장착했는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한 뒤 매연은 15% 줄어들고, 연비는 20%, 출력은 20% 증가했다고 한다.
스캇 이사는 “에코부스트 장착 차량이 2011년에만 15만여 대가 팔렸다”며 “포드는 2014년 안에 전 차량의 라인 90%를 에코부스트 차량으로 생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포드는 2011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1리터급 에코부스트 엔진을 소개했다. 2012년 여름에 출시하는 뉴 이스케이프에도 1.6리터급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드 코리아 정재희 대표는 “뉴 이스케이프를 국내에 선보이는, 오는 6월이나 7월에 토러스에도 2.0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실은 모델을 들여올 예정이다. 연말 쯤 되면 포드의 차량 중 3.0리터가 넘는 대 배기량 차종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포드 측의 설명에 따르면 대형 세단인 토러스에는 3.5리터급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포드의 차량 대부분이 국산차 배기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포드 하이브리드-에코부스트 타보니….
설명회를 마친 뒤 퓨전 하이브리드 2.5 세단과 익스플로러 에코부스트 2.0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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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코스는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를 거쳐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인근을 거쳤다 다시 돌아오는 30km 가량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차량이 많은 구간이라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이 정도 거리로는 연비를 따지거나 ‘힘’을 느껴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조용하고 편안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포드를 포함 미국차 대부분은 큰 차체와 한 박자 느린 반응을 보였지만 퓨전 하이브리드와 익스플로러 에코부스트는 미국차의 ‘힘’과 일본차의 ‘조용함’이라는 장점을 합친 것 같았다.
익스플로러 에코부스트 2.0의 경우 2.1톤에 달하는 차체 중량을 가졌음에도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넘는다’는 느낌만 있을 뿐 요동치지는 않았다. 차선 변경이나 곡선 주행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자세를 유지해 미국에서의 별명대로 ‘반값 레인지로버’라는 말이 어울렸다.
뒷좌석 안전벨트는 사고 시 팽창해 뒷좌석 탑승객을 보호하게 되어 있는 점,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올 만한 수납공간 등도 SUV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보일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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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중형 세단 그 자체였다. 대신 연비는 꽤 좋은 편이었다. 순간적으로 rpm을 3,000~4,000까지 올렸을 때 연비가 낮아지는 건 여느 차와 다를 바 없었지만 탄력 주행을 할 때와 저속 주행을 할 때의 정숙성, 풍절음이 크지 않은 점은 높이 살만 했다. 차선 변경이나 곡선 주행에서는 ‘탄탄한 느낌’을 줬다.
최근 국산 중․대형차들과 SUV 가격이 3,000만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포드가 내놓은 차들은 그동안 ‘소문’으로 퍼졌던,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제대로 깨뜨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