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中․인도에 불필요한 무역규제 자제 촉구…인도, 가장 많이 제소美, 中, EU, 인도, WTO 등 세계 무역구제 전문가 150여 명 모여 토론
  • 미국이 삼성․LG의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해 反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 LG와 독일 오슬람은 LED 특허권 분쟁 중이다. 최근 삼성은 애플과 일진일퇴의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제가 안보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각국은 국익을 위해 각종 규제카드를 꺼내든다. 이 가운데 무역규제는 가장 빈번하게 쓰는 카드다. 그 중 우리나라에 ‘카드’를 들이대는 나라의 책임자들이 서울에 모였다.

    지경부 무역위원회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요국 정부의 무역구제 담당자, WTO사무국, 국내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2차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을 열였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나라들은 세계무역의 59%(2011년 기준), 세계 무역구제조사의 56%(1995년~2011년 6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반덤핑 조사의 64.4%, 상계관세 조사의 100%, 세이프가드 조사의 47.6%를 차지하는 규제 국가들이기도 하다.

  • ▲ 제12차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에 참석한 조 석 지경부 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제12차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에 참석한 조 석 지경부 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조 석 지경부 차관은 “무역구제조치에도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FTA 등 적극적인 시장개방을 통해 교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구제조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수출을 위해서는 지양해야 한다는 ‘무역구제조치의 양면성’을 강조했다.

    “최근 무역구제조치를 보면 개도국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지적재산권 분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루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무역 확대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수출기업이 피소되는 일을 줄이고, FTA로 인한 시장 개방 속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구제제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모인 각국 관계자들은 이번 포럼을 바람직한 무역구제제도의 방향 설정을 논의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국이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협력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 ▲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이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이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축사는 좋았지만 포럼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당연히’ 자국 중심이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치가 많지만,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수입증가율이 연평균 7.2%씩 꾸준히 증가한 점을 들며 개방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1999년 12월 WTO 가입 이후 최다 피소된 나라여서인지 "보호무역주의로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무역조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각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자유무역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며, 장기조치에 대한 평가, FTA 협정상 무역구제조치 발동을 엄격히 하는 조항에 대한 적용조항 신설, FTA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양자 세이프가드 제도’의 특성과 활용전망을 집중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또한 보호무역조치를 지금의 사후처방 보다는 사전분석을 통한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美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의 산업 경쟁력 조사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 ▲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에 참석한 각국 무역구제조치 담당자들. 이 자리에서는 자유무역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자국산업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었다.
    ▲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에 참석한 각국 무역구제조치 담당자들. 이 자리에서는 자유무역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자국산업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었다.

    지경부가 이렇게 나서는 건 이유가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무역규제에서도 ‘샌드위치’가 됐기 때문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과거 무역규제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기 위해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개도국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딱 그 ‘중간’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로부터 무역규제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양쪽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포럼’을 열었다고 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무역규제 피소국이면서 세계 11위의 제소국이기도 하다. 2012년 5월 기준으로 반덤핑 규제 90건, 상계관세규제 4건, 세이프가드 규제 21건에 피소돼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무역규제를 취한 나라는 인도로 모두 24건이었고, 다음이 중국으로 17건, 터키가 15건이었다. 특히 화학․철강 분야에서 개도국의 견제가 심했다.

    지경부는 이런 상황에서 열린 ‘포럼’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각국에서 보호무역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양자 세이프가드’와 같은 새로운 무역구제제도 운영에 대한 길을 찾는 기회였으며, 우리나라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포럼을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세계 무역구제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국제포럼으로 각국 무역구제기관 사이에 인적 네트워크 강화 및 의견교환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