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곡물수입 5위, 자급 27%뿐… 글로벌 조달 체계 구축
  • ▲ ⓒ수입되고 있는 옥수수.
    ▲ ⓒ수입되고 있는 옥수수.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큰 해외 수입자원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원유라고 생각할 것이다. 뉴스에 가장 많이 보도되는 물가인상 요인이자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원흉으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수입자원이 곡물이다. 막말로 원유는 비싸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고 설혹 부족하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곡물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보다 더 치명적이다. 세계적 흉년이나 일부 국가가 독점할 경우 자칫 비싼 돈을 주고도 못 구할 수도 있고 이는 곧 식품산업은 물론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자주권 확보에 나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 농민이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먹을 것을 공급하는 농민들이야 말로 하늘 아래서 가장 큰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산업경제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이 되는 말이다. 실제로 과거 아시아의 맹주였던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이 식량자급률이 줄면서 국력이 약해졌다는 학계의 지적도 있다.

    STX그룹이 미국 번기, 일본 이토추와 함께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에 곡물터미널을 완공하고 세계 곡물자원 확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 ⓒ왼쪽부터 강덕수 STX그룹 회장, 고바야시 에이조 이토추 회장, 래리 클라크 EGT 대표이사, 이슬람 시디키 美무역대표부 농업부문 대사, 알베르토 바이저 번기 회장.
    ▲ ⓒ왼쪽부터 강덕수 STX그룹 회장, 고바야시 에이조 이토추 회장, 래리 클라크 EGT 대표이사, 이슬람 시디키 美무역대표부 농업부문 대사, 알베르토 바이저 번기 회장.

    STX는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위치한 곡물터미널의 완공을 기념하는 오프닝 세레모니를 가졌다고 10일 밝혔다.

    STX팬오션이 지난 2009년 번기, 이토추와 함께 투자해 설립한 이 곡물터미널은 저장설비, 육상레인, 부두, 하역설비 등을 갖춘 자체 곡물수출시설이다.

    지난 1980년대 초반 이후 미 북서부지역에 처음 건설된 최첨단 시설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 기존 시설들에 비해 대폭 늘어난 저장용량과 향상된 하역 속도를 자랑한다.

    약 137에이커(약 55만 m2) 규모의 이 곡물터미널은 북미 서안북부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취급하는 주요 곡물은 옥수수와 대두, 소맥 등으로 연간 900만톤을 처리할 수 있다.

    ◆왜 지금 곡물창고인가?
    STX의 이번 미국 곡물사업 진출은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의 핵심인 곡물터미널을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식량자주권을 강화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약 27% 정도로 매년 수입하는 곡물만도 약 1,500만톤 규모로 세계 5위권 수준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STX의 미 곡물터미널 확보는 국제곡물유통의 80~90%를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와의 가격협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곡물시장의 공급불안으로 인해 ‘돈 주고도 곡물을 못사는’ 경우 필요한 곡물을 해외에서 즉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미국 내 곡물터미널.
    ▲ ⓒ미국 내 곡물터미널.

    곡물메이저는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식량자원, 특히 곡물생산국에서 소비국 사이에서 교량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곡물상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소수의 기업들이 취급하는 곡물이 전세계 곡물 유통량의 약 80~90%정도로 크기 때문에 석유메이저와 마찬가지로 곡물메이저라 부른다.

    대표적인 곡물메이저로는 카길과 ADM, LDC, 번기 등 4대 기업이 있다.

    ◆곡물주권 확보가 경쟁력이다!
    곡물메이저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곡물 매매는 물론 산하에 선박회사까지 소유하며 곡물의 수송부터 유통까지 완벽하게 장악했다. 여기에 항구 인근의 곡물터미널까지 확보하고 후발주자의 진입을 봉쇄해 왔다.

    곡물메이저들의 시장 지배력과 배타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곡물 수급 및 가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4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이 중 쌀 자급률은 약 104%로 높은 반면 다른 곡물들의 자급률은 4~5%도 안되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주요 곡물인 옥수수와 밀은 자급률은 각각 0.8%로 사실상 자급 기반을 잃었고 콩 역시 일부 식용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만도 옥수수 900만톤, 밀 300만톤, 콩 100만톤 등 연간 총 1,500만톤에 달한다.

  • ▲ ⓒ수입되는 곡물들.
    ▲ ⓒ수입되는 곡물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주요 곡물 중 72.9%를 카길, ADM, LDC, 번기 등 4대 글로벌 곡물 메이저(56.9%)와 마루베니, 미쓰비시 등의 일본계 종합상사(16.0%)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곡물메이저가 한국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하며 가격 상승기나 불안정기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큰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셈이다.

    ◆미래 세계주도권을 위한 발판!
    세계은행(WB)에 따르면 1분기 세계 곡물 가격이 고유가와 악천후 등으로 반등해 지난해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세계은행이 최근 내놓은 ‘식량 가격 동향’에 따르면 고유가, 미주와 유럽지역의 악천후, 아시아발 수요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12월과 올 3월 사이 식량 물가지수가 8% 올랐다.

    이는 국제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보다 겨우 6% 낮은 수준이다.

  • ▲ ⓒ세계은행이 내놓은 곡물 가격변동 추이.
    ▲ ⓒ세계은행이 내놓은 곡물 가격변동 추이.

    국내 농업경제전문가에 따르면 국제 곡물시장은 전세계 생산량 중 10%만 국제시장에 내다 파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생산량이 조금만 변동해도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소위 신 마켓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식량안보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하는 것이다.

    STX가 이 같은 상황에 곡물운송을 통해 쌓아온 곡물메이저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사업 진출기반을 마련했다.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 곡물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에 일조한 것이다.

    ◆곡물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주요 생산국에서 우리나라까지 운반해 올 수 있는 물류유통시설을 확보함으로써 곡물의 직접구매가 가능해진 셈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곡물유통과 운송을 함께 처리하는 구조를 갖춘 STX는 곡물터미널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STX는 옥수수, 대두, 소맥 등의 주곡물을 취급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국적상사로서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 또한 안정적인 해상운송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올해 곡물터미널을 통해 20억달러 규모의 곡물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도미에 따라 터미널 자체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곡물터미널 구축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가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전세계 곡물시장에 적극 진출해 식량자주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STX 관계자

    이날 행사에는 곡물터미널 사업에 참여한 3사의 대표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알베르토 바이저 번기 회장, 고바야시 에이조 이토추 회장은 물론 래리 클라크 EGT 대표이사와 이슬람 시디키 무역대표부(USTR) 농업부문 대사 등이 참석했다.

  • ▲ ⓒ행사장에서 강덕수 회장.
    ▲ ⓒ행사장에서 강덕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