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못골시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그저 그런 작은 골목 시장에 불과했다. 말이 전통시장이지,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시장으로 인정을 받은 ‘인정시장’이었다. 못골시장의 변화는 상인회와 상인들의 협력에서 시작됐다.“시장이라는 곳이 하나로 뭉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인들끼리 반목이 심해 몇 개월에 한 번씩 회장이 바뀌는 시장도 많아요. 우리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죠.” (이충환 상인회장)
몇 십 년씩 장사에 잔뼈가 굵은 상인들이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상인회의 얘기를 귀담아 듣게 하기란 쉽지 않았단다.
“그럴수록 우리는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무조건 모였어요. 상인회 임원들도 젊은 층이다 보니 의견수렴도 잘 되고 회의 자체가 원만하게 진행됐죠. 자주 대화를 하다 보니 상인들도 저희를 믿고 잘 따라주더라고요.”
상인회는 자체적으로 쿠폰을 발행하고, 상인교육 등을 열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자체적인 봉투제작으로 홍보도 하고 원래 버스정류장 이름이 ‘2001아울렛’으로 돼있었는데 ‘못골시장’ 정류장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 같은 상인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쇠락의 기미를 보이던 못골시장이 중흥기를 맞게 됐다.
지난 2008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즉 ‘문전성시프로젝트’에 1호로 선정된 이후 변화의 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못골시장이 전국 1천2백여 개 전통시장 중 가장 먼저 프로젝트 시범 시장으로 뽑힌 이유는 시범화 작업에 적절한 골목형 시장이라는 것과 상인회가 활성화돼 있어 사업을 추진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저희 시장은 문전성시의 첫 대상이자 첫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 기간 동안 상인 DJ들이 진행하는 시장 내 라디오방송, 여성 상인 합창단, 상인 밴드 등이 유명세를 타서 다른 시장들까지 활성화되더라고요.”
못골시장의 장점은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상인 활동에 있다. 문전성시사업이 끝난 후에도 ‘못골문화사랑’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생생 체험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해보려고요. 앞으로 젊은 층들이 시장을 많이 찾았으면 해요. 미래의 고객인 초중등생들이 시장에서 즐길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늘리고 더불어 문화학교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어요.”
정부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 지원을 얻어내는 것도 ‘젊은 상인회’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시장의 하루 방문객은 2008년 12월 기준 1만 300명에서 현재 1만 3300명으로 30% 증가했다. 주변에 기업형 유통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 아웃렛 매장이 있다. 인근 시장 내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가 있다.
이 회장은 “공산품은 몰라도 식재료는 우리가 대기업 슈퍼보다 더 싸고 질 좋은 상품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의무휴업일에 다시 문을 연 마트도 있지만 대형마트 하고도 얼마든지 공생할 수 있어요. 인근 아웃렛 매장이 내부 수리 때문에 1년 정도 문을 닫은 적이 있었는데 유동인구가 줄어 시장 매출도 같이 하락하더라고요.”
대형마트에 밀려 벼랑 끝에 선 한국 전통시장의 위기를 적어도 못골시장에서는 실감할 수 없었다.
올해 상인회의 목표를 묻자 이회장은 “휴게실이 있기는 한데 공간이 작다. 확장 공사를 해서 다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최소한 5군데 정도는 멋진 모범시장을 만들어 외국에서도 견학을 올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