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분쟁으로 타격... 족발로 업종 변경카드대금 연체... 39% 고금리 늪에서 허덕
  • ▲ 임인환 씨는 미소금융 1천만원 대출로 신발 가게에서 족발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사진. 정상윤 기자
    ▲ 임인환 씨는 미소금융 1천만원 대출로 신발 가게에서 족발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사진. 정상윤 기자


    임인환(50)씨가 운영하는 신당역 근처 서울중앙시장 내 위치한 ‘신당동 토종 왕족발’. 이곳은 3년 전만 해도 신발가게였다. 이태원에서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가방과 신발을 팔던 경력을 살려 신발가게를 하다가 족발집으로 변경했다.

    이태원에서 잡화를 판매하던 임씨는 일본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오자 재기를 위해 신당역 부근 시장으로 들어왔다. 신발을 팔아 자리도 잡았지만 다시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찾아왔다. 왕십리뉴타운이 지정되면서 살던 주민이 모두 떠난 것. 단골들도 함께 떠났다.

    “재개발 때문에 나간 인구가 몇 만명은 될 것입니다. 이주가 시작되고 가게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조금만 참으면 뉴타운에 주민들이 들어와 새로운 손님을 맞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법정싸움이 시작되면서 ‘빈 동네’가 됐고 줄어든 손님은 다시 늘지 않았다.

    “재개발 4개 구역에서 법정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대인 4시에서 8시 사이의 대목도 사라졌습니다.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모두 힘들어졌어요. 돌아다니는 사람이 확 줄었으니까요. 4개 중 2개 구역은 해결돼 공사를 시작했지만 2개 구역은 여전히 분쟁중입니다.”

    매출은 줄었지만 장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집에는 자녀 3명과 아내가 임씨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돈이 돌지 않자 일단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늦둥이 유치원생 3명을 키우고 처제의 딸까지 총 4명을 돌봐야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신발 구입도 카드결재로 했죠. 처음에는 신용이 좋아 한도가 꽤 높았습니다.”

    신제품을 들여놔야 사람들이 눈길을 주기 때문에 상품구입을 안할 수 없었다. 번 돈은 신용카드 대금 치루기에 바빴다. 생각만큼 장사가 안될 때는 카드 대금을 연체하게 됐다. 카드 사용한도는 줄어들고 신용등급은 급기야 8등급으로 떨어졌다.

    “신용카드가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명 돌려막기를 시작하다가 연체를 했는데 카드사에서 한도를 조금씩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몇 백만원씩 줄입니다. 1천500만원이던 한도는 1천만원, 500만원으로 줄더니 100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돈이 없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발가게 운영에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했다. 임씨는 업종전환을 결심하고 품목을 찾던 중 족발이 비수기가 적고 재고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유명한 식당으로 가서 수업료를 내고 맛내는 비결을 배웠다. 족발집을 열기 위해서는 창업자금이 필요했지만 신용카드 연체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져 은행권을 이용할 수 없었다.

    “처음 신발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담보대출로 3천만원을 받고 신용대출을 2천만원 받을 정도로 신용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급하게 빌렸는데 금리는 39%였습니다”

    39% 금리는 법정한도 이내이긴 하지만 살인적이다. 500만원을 1년 내 모두 갚아 낸다고 해도 이자만 200만원 수준이다.

    임씨는 2009년 우선 신발을 정리한 자금과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으로 ‘신당동 토종 왕족발’ 집을 차렸다. 예산이 빠듯해 간판도 메뉴판도 못만들었고 식당 유리문에 프린트도 하지 못했다.

  • ▲ '신당동 토종 왕족발'에 족발을 진영하고 있는 임인환 씨 ⓒ사진. 정상윤 기자
    ▲ '신당동 토종 왕족발'에 족발을 진영하고 있는 임인환 씨 ⓒ사진. 정상윤 기자

    대부업체 고금리에 허덕이던 임씨는 중앙시장에서 시장상인들에게 4%대 금리로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방송을 들었다. 삼성미소금융 성동지점에서 상인회를 통해 안내한 것이다. 성동지점 직원은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상인들에게 설명까지 해줬다.

    미소금융을 알게 된 임씨는 상담을 받은 후 삼성미소금융 성동지점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았다.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었어요.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도 상환기간을 12년 후로 해 매달 나가는 이자가 상당했습니다. 1천만원라는 돈은 저에게 단비와 같았죠. 숨통을 열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족발집에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장사를 해왔는데 1천만원으로 해결했어요. 대부업체서 빌린 500만원도 갚아 매달 나가는 이자도 줄었습니다”

    임씨는 미소금융 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이 됐다. 대출금으로 한시름 놓았을 뿐만 아니라 둘째 아이의 학비까지 지원받았다. 대출 이후에도 자금이 부족해 못했던 간판, 홍보 현수막, 메뉴판, 유리문 프린트 장식까지 만들어줬다.

    “삼성미소금융 성동지점 직원들이 상인회 사무실에 상주하다시피 합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와서 세세히 살펴봅니다. 금융 쪽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아주 뻣뻣한데 미소금융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실제 혜택도 많이 봤죠. 둘째 아이를 미소금융재단에 추천해 줘서 고등학교 학비 2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마케팅 비용으로 70만원을 지원해 줘서 예산만 잡아놓고 미루던 간판도 달았습니다. 간판 달고 새 단장 하니까 손님도 늘었어요. 아직 매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더 노력해서 이번에는 꼭 성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