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슈퍼급 부자들이 자국의 세금을 피해 해외은행에 숨겨놓은 자산은 최소한 13조 파운드(21조 달러)로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조세피난처' 분야 전문가인 제임스 헨리는 21일 영국 옵서버지에 단독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해외은행에 은닉된 역외경제(offshore economy) 규모를 지금까지 제시된 추정치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소 13조 파운드, 많게는 20조 파운드(32조 달러)가 프라이빗 뱅크(PB)의 도움으로 다수 국가로부터 스위스 은행이나 케이먼 군도와 같은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스계 UBS, 크레디 스위스은행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를 포함해 세계 10대 PB가 2010년 관리한 개인고객 자산은 4조 파운드를 넘어 2005년의 1조5천억 파운드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1970년대 이후 해외로 빠져나간 자산의 총액은 해외부채를 상환하고도 남는 규모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임스 헨리가 조세피난처 반대운동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포함해 광범위한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다.

    보고서는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이익금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경제가 개방된 1990년초 이후 5천억 파운드, 사우디아라비아는 1970년 중반 이후 1천970억 파운드, 나이지리아는 1천960억 파운드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의 문제는 국가자산을 소수의 부유한 개인이 소유한 반면 국가 채무는 정부에 의해 일반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세계 인구의 0.001%에 불과한 9만2천명이 6조3천억 파운드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서 개인 간 빈부격차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심화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아직도 부(富)가 부유층에서 서민층으로 흘러내려가는 '낙수효과'(trickle down)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노동조합회의(TUC)의 브렌단 바버 위원장은 "탈세 여력이 없는 99% 국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리고 절약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다국적기업과 가장 부유한 계층의 조세회피를 차단함으로써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