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여름방학 영어교실을 열었다. 겉만 보면 한국GM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데 속을 살펴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르노삼성자동차(대표이사 프랑수아 프로보)는 여름 방학을 맞은 임직원 자녀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서울 영어마을 수유캠프와 부산 글로벌 빌리지에서 4박 5일 일정의 영어캠프를 8월 14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의 임직원 자녀 영어캠프는 올해로 15번째를 맞았다.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임직원 자녀 약 7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 5,200여 명이 임직원 자녀들이 참여했다.
원어민 강사와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교육, 언어 환경을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구현하는 체험 교실이다. 영어 연극, 신문 만들기, 음식 주문하기 등과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 아쿠아로빅 등 다양한 수중 레크리에이션도 병행한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자녀를 영어 캠프에 참가시켰다는 르노삼성차 한건우 과장은 회사 다닐 맛이 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도 좋지만, 캠프에 참여한 후, ‘아빠 회사 최고’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을 보니 더욱 뿌듯했다.”
한편 한국GM은 313개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신회와 함께 인천시 영어마을에서 경인지역 협력업체 임직원 자녀 40여 명을 초청해 2박3일간의 어린이 영어캠프를 열었다.
캠프에 참여한 협력업체 임직원 자녀 40명은 지난 8월 8일 인천시 영어마을에 입소해 2박3일 동안 공항, 은행, 우체국, 병원 체험과 글로벌 매너 교육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캠프에는 한국GM의 외국인 임직원들도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협신회 최범영((주)이원솔루텍 대표이사) 회장은 한국GM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한국GM 협신회가 이런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영어 교육과 더불어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는 기회를 줄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한국GM과 함께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
한국GM과 협신회는 오는 8월 16일부터는 경남지역 협력업체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보자. 르노삼성은 자사 임직원 자녀를 700여 명이나 초청했다. 반면 한국GM은 협력업체 임직원 자녀를 초청해 ‘명분’은 좋지만 그 수가 100명이 안 된다. 313개 협력업체에서 수십 명 초청이라니! 아직도 재정 여건이 좋아지지 않은 쌍용차조차 지난 7월 임직원 자녀 100여 명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열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지난 7월 매출을 보면 르노삼성은 내수 5,006대, 수출 5,851대로 모두 1만857대를 판매했다. 한국GM은 완성차 기준으로 내수 1만2,001대, 수출 4만8,719대로 총 6만720대를 팔았다. 연간 매출로 따지면 매출 격차는 더욱 커진다.
매출로 본다면 한국GM은 자사와 협력업체 임직원, 고객 자녀 300~400명 정도는 영어캠프에 초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업체가 임직원 자녀를 위해 영어캠프를 열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결국 좋고 안전한 차를 만드는 바탕으로 작용한다.
'영어캠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쉐보레 차량의 가격 인상, 콜벳과 카마로 출시 가격 등을 보면 어째 한국GM이 점점 우리나라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인색해지는 것 같다.
혹시 90년대 그렇게나 갖고 싶어하던 대우자동차를 인수했고, 이제는 충성 고객도 생겼으니, 할 것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