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에게 여유와 휴식 공간 제공여러 시장 연결돼... 사랑방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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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유마을시장은 수유동에 있는 수유시장, 수유골목시장, 수유재래시장을 묶어서 붙인 애칭이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커서 마치 ‘시장으로 이루어진 마을’같기도 하다.        


    어디서나 시장은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다. 수유마을 시장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소통 기능을 확대하는데 주목했다. 시장에 와서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동아리와 소모임들이 생긴다면 시장은 수다 떨고 놀 수 있는 마을의 사랑방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민정 작가는 지인의 소개로 문전성시(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시장 문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 공모전에 응모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전 작가는 “수유시장은 관광형 시장이 아니라 생활형 시장이다. 생필품이 주가 되는 시장이라서 오고가는 사람도 많다. 지역민하고 시장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게 됐다”고 했다. 자신 있게 뛰어들기는 했으나 막상 보통의 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여 수유시장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기 어려웠단다.

    “특별한 것을 찾기 보다 쉽게 가자고 생각했어요. 시장은 친근한 공간이잖아요.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찾는 곳인데, 전통시장이 생각보다 의의로 마을주민들의 인심을 많이 잃었다는 거예요. 문화를 통해서 소통의 공간을 복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획한 것이 도서관과 다락방이다.

    “도서관은 배우고자 하는 상인들의 꿈을 키우고 시장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하루하루 생업에 몰두하고 있는 상인들이나 고객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책을 통해 이웃과 이웃이 만나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상인들끼리 책을 돌려보다 이제는 상인들이 사비를 모아 작은 도서관을 열게 된 것이다. 책만 읽는게 아니라 독서동아리 활동, 전문가를 초청한 월례 초청강좌, 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카페 ‘다락방’은 지난 해 10월에 오픈했다.

    “수유시장에는 시장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많은 동아리들이 활동 중인데 오전에는 동아리들을 위한 워크숍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카페공간으로 음료와 차를 판매해요. 시장에서 장을 보다 다리가 아플 때나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을 때 편하게 애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전 작가는 상인들과 지역민과의 교류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시장 어린이 탐험대’를 꼽았다.

    “아이들이 직접 상점에서 판매를 해보는 체험입니다. 나중에 아이가 엄마랑 시장에 오면 꼭 그 가게를 찾더라고요. 아이가 자라면서 시장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시장을 찾게 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작은 문화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수 있다는 걸 느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