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휴무 도입에 시청앞 장사 매출 ‘뚝’식당 철거비용까지 물어 ‘엎친데 덮친 격’30년 식당일에 집에 쌀 떨어진 적도 있어
  • ▲ 미소금융 성공사례 이정은 보리밥 ‘이정은’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미소금융 성공사례 이정은 보리밥 ‘이정은’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남양주시 남방동 도로변에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 있다. 가정집인 듯하지만 ‘이정은 보리밥’이라는 간판을 보니 식당이다.

    채소가 심어져 있는 마당을 건너 나물을 말리고 있는 작은 터를 지나 식당이 나온다. 이집은 실제 이정은 씨가 태어나고 자란 집. 밥도, 방 분위기도 식당 같은 느낌이 아니다. 보리밥을 깡장(강된장)에 쓱싹쓱싹 비벼먹고 한숨 자도 될 것 같은 ‘고향집’ 분위기다.

    “지난해 말에 보리밥집을 열었어요. 아버지가 살던 집인데 실제 우리 6남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식사시간에는 손님에게 대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마당에서 채소 키우고 나물말리고 장도 만들면서 보내고 있어요.”

    큰 걱정 없어 보이지만 이정은씨(53)는 지난해 큰 고비를 겪었다. 10년 동안 꾸려왔던 식당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이씨는 1남1녀를 둔 싱글맘이기 때문에 책임감에 하루도 쉬지 않고 식당일을 해왔다. 양주시청 앞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했었다.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120만원 씩 내는 적지 않은 규모의 식당. 인테리어와 주방시설에도 4천만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시청직원들이 주로 식사를 해 월세가 비싼 편이었지만 운영의 어려움은 없었다. 단골도 생기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다. 주5일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식당을 시작하지 5년 지난 시점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6일 장사가 5일 장사로 되자 매출은 15% 이상 줄었다. 점점 수중에 돈이 없어지고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주5일 근무로 바뀐 후에는 25일이 오는 게 무서웠습니다. 그날이 월세를 내는 날이었거든요. 한 달 두 달 월세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보증금으로 냈던 4천만원은 점점 깎여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월세로 낼 보증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어요.”

    더 이상 운영할 형편이 안돼 가게를 내놨지만 식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장사도 하지 않으면서 월세만 축내는 꼴이 됐다. 이씨는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식당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철거비용도 수백만원대에 이르렀다.

    “모든 시설을 철거해 주고 나와야 했습니다. 식당을 하려는 사람이 계약을 하면 그냥 넘겨도 되겠지만 비워주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인테리어는 물론 바닥에 깔았던 보일러 장비까지 모두 뜯어내야 했어요. 철거비용만 해도 350만원이더라고요. 당시는 식당을 정리하는 상황이라 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식당을 하면서도 집에 쌀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이 하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손님으로 인연이 돼 알게 된 지인이 150만원에 철거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재기를 위한 대출도 함께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소금융 경기의정부 지점에서 상담을 받게 됐다.

  •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0년 동안 하던 식당을 접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남은 것도 하나 없이 손을 탈탈 털고 나왔습니다. 철거할 비용이 없어 전전긍긍할 정도였으니까요. 하루하루가 정말 암담했습니다. 이대로 주저 앉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우선 적은 비용으로 식당을 개업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살고 있는 생가가 생각난 것. 아버지를 찾아가 부탁했다. 재기할 수 있도록 집을 내어달라고. 아버지는 이 씨의 또 다른 실패를 걱정해 거절했다. 7번을 찾아가 끈질기게 부탁하자 집을 내줬다.

    장소는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식당으로 구색을 갖추려면 비용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미소금융에서 저신용등급인 자영업자에게도 저금리로 대출해 준다는 이야기에 이씨는 경기의정부지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또 다른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고 이씨는 말한다.

    “포기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때 미소금융 경기의정부지점에서 이형철 사무국장님을 만났습니다. 대출한도를 늘려주시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주셨어요. 상담을 받고 조건을 맞추고 나니 1,800만원이라는 큰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철거한 식당에서 재활용할 수 있던 것은 그릇류와 주방기구 뿐이었다. 미소금융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냉장고, 주장기기 등을 장만하고 식당에 맞게 인테리어도 새로 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테리어 재료만 사서 천장, 벽, 주방, 장식 등을 손수 작업했다. 식구들, 지인들이 십시일반 일손을 보탰다. 서툰 손길 때문에 식당으로 단장하는 데 2개월이나 걸렸지만 이씨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21살에 결혼해서 식당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첫째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혼자됐고 양육비 없이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딸이 가게일도 도와주고 있고 귀여운 손녀의 재롱도 볼 수 있어요. 아들은 군대에서 마지막 휴가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하더니 제대하자마자 취업했습니다. 

    시청 앞에 있던 식당은 창살 없는 감옥같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심심할 때 마당에서 채소도 키우고 다듬고 있어요. 직접 키운 좋은 재료를 손님상에 올릴 수 있어 좋고, 음식재료비도 적게 들어 일석이조입니다. 예전처럼 아등바등하지 않고 욕심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