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字를 금지시킨 국어기본법은 헌법위반이다"

    헌법소원심판청구서(1) 담당 변호사 김문희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012년 10월22일)

      청 구 인 감지연 외 332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음)
    위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김문희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57-12 태영B/D 3층 전화 : 02) 333-2477 팩스 : 02) 334-8587

      <청 구 취 지>

      “국어기본법(2005. 1. 27.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되고 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4조 제1항, 제15조, 제16조, 제18조, 국어기본법시행령(2005. 7. 27. 대통령령 제18973호로 제정된 것) 제11조,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항 및 초․중등학교 교육과정(1997. 12. 30.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로 제정되고 2012. 7. 9.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로 개정된 것) 중 초‧중‧고등학교의 국어 교과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침해된 권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 한자혼용의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 내지는 한자문화향유권, 헌법 제21조의 한자혼용의 표현방식에 의한 의사표현의 자유,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및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자신의 저술내용을 한자혼용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

      침해의 원인 
    국어기본법(2005. 1. 27.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되고 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4조 제1항, 제15조, 제16조, 제18조, 국어기본법시행령(2005. 7. 27. 대통령령 제18973호로 제정된 것) 제11조,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항 및 초․중등학교 교육과정(1997. 12. 30.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로 제정되고 2012. 7. 9.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로 개정된 것) 중 초‧중‧고등학교의 국어 교과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한 부분

      청 구 이 유

      Ⅰ.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청구인들은 초등학교 입학예정인 아동과 그 부모, 초‧중등학교 재학생과 그 부모, 초‧중등학교의 교사 또는 교장, 대학생, 대학원생, 대학교수, 한자‧한문 강사, 공무원, 출판사대표, 기자, 변호사, 목사, 기업체 대표, 회사원, 자영업자, 가정주부, 기타 일반시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구인들은 한국어(韓國語)를 생활언어로 사용하면서 한자(漢字)가 한국어의 언어생활에서 갖는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국민입니다. 청구인들은 국가에 의한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어문정책(語文政策)과 교육정책(敎育政策)으로 인해 우리말의 언어생활에서 크고 작은 직‧간접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우리말 한국어는 고유어와 한자어(漢字語)로 구성되어 있고, 고유어는 25.5%에 그치는 반면 한자어는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한자어는 원칙적으로 한자(漢字)라는 글자로 적고 그 한자로 적힌 한자어를 한국어의 발음(發音)으로 읽어야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언어의 목적은 의미(意味)의 전달에 있으며, 말을 표기하는 글자와 그것을 소리로 나타내는 발음은 그 수단입니다. 인간 사고의 가능성은 사고의 도구인 언어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사고도 멈춥니다. 인간이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도구로서 언어를 필요로 하며, 도구의 다양성과 정교함에 의하여 사고의 폭과 깊이가 결정됩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에 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개인은 도구의 불명확함으로 인하여 명확하게 사고할 수 없으며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의 주된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는 한자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한국어로 제대로 사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한글전용의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은 우리말 한국어에서 그 의미전달의 기본수단인 한자(漢字)를 배척 혹은 말살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가의 한글전용정책으로 인하여 한편으로는 국민 누구나 한글로 표기된 한국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다른 한편, 자신이 읽은 것의 의미를 더 이상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를 배척하고 한글을 전용하는 국가의 교육정책이 이미 오랜 기간 지속됨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자 교육의 수혜자로서 한자를 이미 배웠기 때문에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한글전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자를 배우지 않은 국민은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로 사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 문맹(文盲)은 해소되었으나 고학력자일수록 실질 문맹률(文盲率)이 높다는 2009년의 연구결과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한국어를 전적으로 한글로 표기한다 하더라도, 한국어의 주된 구성부분인 한자어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언어생활에서 표기수단으로서의 한자를 배제할 수는 있으나 한국어를 구성하는 한자어 자체를 축출할 수는 없습니다. 한자를 배척하는 국가정책은 한자어의 대부분을 우리의 고유어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나 비로소 가능하고 고려될 수 있는 정책입니다. 우리가 한자어를 포기할 수 없는 한, 우리말의 정확한 이해와 사용을 위하여 한자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고유어는 한글로 표기하고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하는 경우에 비로소 우리말인 한국어는 국어로서의 완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자어가 한글로 표기되는 경우에는 적어도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된 상태에서만 한국어는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특정 어문생활영역에서 부분적이나마 한글전용을 하기 위해서도 한자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한자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한글전용은, 한자의 사용 없이도 한국어의 주된 구성부분인 한자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글전용의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국민의 다수가 자신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국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국가에서 국어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없으며, 학문이 발전하고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겠습니다. 2천여 년 동안 우리말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어 온 한자(漢字)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점차 사라지게 됨으로써, 우리말의 의미(意味)를 정확하게 주고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어를 통한 창조적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도 없으며 수천 년 이어져 온 민족문화의 정체성이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자를 배척 혹은 말살하는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으로 인해 지금의 젊은이들은 지식인의 요람(搖籃)인 대학을 다녀도 한자를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읽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의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글‧한자 혼용(混用)으로 쓰인 수백만 건의 지식의 보고(寶庫)들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글을 후손들이 직접 읽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자괴감(自愧感)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제는 한글‧한자 혼용으로 쓰인 10년 전의 선배들의 지식과 지혜조차도 습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자를 모르니 한자로 압축된 전문용어는 물론이고 한자로 구성된 일상생활용어조차 그 정확한 의미가 가물가물하게 되었습니다. 2천여 년 동안 이 땅의 선조들이 한자를 사용하여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여 왔고 또 한자를 이용하여 삶의 지식과 지혜를 후손들에게 전수하여 왔는데, 그 대동맥이 이제 한자를 아는 일부 소수의 식자(識者)들에 의해서만 간신히 이어지는 꼴이 되고 있습니다.

    언어는 감정과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정신문화의 바탕인 우리의 말과 글에 있어서 한글과 한자는 ‘새의 양 날개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인데, 그 한 쪽 날개에 생명을 전달하는 혈류가 막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조만간에 그 혈류가 완전히 막혀 한 쪽 날개(한자)를 잃은 채 우리의 정신문화는 결국 높이 비상(飛上)하지 못하고 추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형편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1970년 신학기에 초‧중등학교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를 삭제한 후, 1972년 8월 16일 ‘한문교육용기초한자 1,800자’를 공포(公布)하고, 1973년부터 중등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漢字敎育)을 국어과(國語科)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한문(漢文) 과목으로 가르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국민의 기본교육과정인 공교육체계 속에서 한자교육을 지속적으로 배척(초등학교) 혹은 경시(중‧고등학교)하여 오다가,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에서는 급기야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역사와 전통과 가치관을 담고 이어가고 있는 매체(媒體)인 한자를 규범적으로 전면 포기해 버렸습니다. 2천여 년 간 이어져 온 우리의 국자(國字)를 부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는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부정한 것입니다. 지각 있는 많은 논자(論者)들은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을 「국어기본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통문화와 민족의 역사를 단절시키게 될 것이라고 심각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청구인들은 이 같은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으로 인해 수천 년간 내려 온 우리말 한국어가 그 온전(穩全)한 모습을 잃어감에 따라 자신들의 국어생활과 정신문화가 황폐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장(悲壯)한 각오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