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삼성그룹이 장기화하는 세계 경기침체와 급변하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래 성장을 주도할 도전적인 인물을 대거 중용하는 역대 최대의 임원 발탁인사를 실시했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맞물려 '젊은 삼성'을 이끌 핵심 인재들을 전진배치하는 등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완제품(DMC) 부문에서 최대 임원 승진자를 배출함으로써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지켰다.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임원 승진을 단행하고 외국인 최초 본사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여성과 외국인을 중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인재 등용…상무 승진자 역대 최대 = 전체 임원 승진 규모는 485명으로 지난해(501명)보다 축소됐으나 상무로 승진한 신임 임원이 33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무 승진자는 318명이었다.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승진자도 74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최근 '위기 경영'을 강조해온 삼성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위기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인재들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의 승진과 때를 같이해 단행한 대규모 발탁 인사여서 향후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일신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대 임원들은 애플과의 특허전쟁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주의…삼성전자 DMC 역대 최대 승진 = 세계 경기침체에도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거둔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임원 승진이 단행됐다.
특히 지난 3분기 사상 처음 8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을 견인한 DMC 부문에서 역대 최대 승진자가 배출됐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는 226명으로 그룹 전체 승진자(485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DMC 부문 임원 승진자는 167명으로 전체의 34%에 달한다. 부사장 승진자의 46%, 전무 승진자의 31%가 DMC 부문에서 나왔다.
DMC 부문 내에서도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휴대전화 세계 1위를 달성한 무선사업부는 개발, 마케팅 등 핵심 분야 리더 전원을 발탁 승진시켰다. 그룹 전체 발탁 승진자의 22%인 16명이 무선사업부에서 배출됐다.
스마트폰 개발의 3대 핵심영역(하드웨어·소프트웨어·기구)을 담당하는 노태문·김병환·김희덕·송현명 전무가 나란히 1년 앞당겨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는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삼성의 오랜 인사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담당했으며 올해는 사성 첫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25조원 돌파가 점쳐진다.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업부서 승진을 확대하고 스태프 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등 현장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여성·외국인 인재 중용 = 우수한 여성과 외국인 인력을 대거 전진 배치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기대했던 여성 사장은 배출되지 않았으나 여성 임원 승진자는 12명으로 2011년 7명, 2012년 9명보다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 마케팅 담당인 이영희 전무가 지난해 승진한 심수옥 부사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번째 여성 부사장이 됐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적인 런칭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모바일 정보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한 삼성SDS 윤심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여성인력을 육성해 '소프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여성인력 중용론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여성 임원들의 수를 확대함으로써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한층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지난해보다 1명 늘어난 9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미국법인 부법인장인 팀 백스터 전무가 부사장으로, 독일법인 휴대폰영업 마틴 VP(Vice President)과 프랑스법인 휴대폰·IT영업 에벨레 VP가 상무로 각각 승진하며 본사임원이 됐다. 외국인이 본사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삼성은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기 위해 해외법인의 우수인력의 본사임원 승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도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김병환 전무와 박영수 상무가 각각 1년 앞당겨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