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에 임대료 2배 줘 점포 뺏기도“해동해서 굽기만 하는 게 제빵이냐?”
  •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정상윤 기자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정상윤 기자


“10년 전부터 동네빵집 죽이기가 시작됐습니다. 최근 4~5년 사이에는 강도가 너무 심해졌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지난 12년 동안 350% 성장한 반면 동네빵집은 9곳 중 7곳이 폐업하자 점주들이 모여 대기업의 횡포에 비난의 목소리를 가하고 있다.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은 대기업의 부도덕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말문을 열었다. 
“동네빵집에 영업사원이 지속적으로 찾아와 프랜차이즈로 변경하라고 합니다. 
‘안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주가 체감하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보통 점주들은 변경을 원치 않아요.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경우 인건비, 월세, 재료구입비, 가게유지비, 대출원금 및 이자를 제외하고 나면 순이익이 5% 수준입니다. 
매출이 하루에 300만원씩 오른다고 해도 정작 손에 남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정상윤 기자


    하지만 한번 영업사원의 타깃이 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사면초가의 상황을 만들어 점주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한다.

    “점주에게 지속적으로 찾아와 바꿀 것을 요구하고 변경하지 않겠다고 하면 바로 옆에 개점하겠다고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근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가게자리를 알아보면서 ‘프랜차이즈가 어느 곳으로 들어온다’라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수개월 압박에 노출되면 아무리 잘되는 빵집이라도 매출 감소에 대한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이러다가 정말 망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죠.

    정말 나쁜 것은 진짜 인근에 오픈할 것도 아니면서 소문을 내기 위해 동네 부동산을 쑤시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풀에 죽도록 장기간 공갈, 협박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연간 3조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대기업이 할 짓입니까.

    동네 깡패들과 다를 것이 뭡니까”


  •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정상윤 기자


    압박을 가하다가 끝까지 점주가 버틸 경우에는 동네빵집의 상황에 따라서 3가지 방법으로 달리 대응한다고 한다.

    “유명세가 없는 빵집이라면 진짜 바로 옆 인근에 문을 열지만, 경쟁력이 워낙 탄탄한 빵집이라면 방법이 달라집니다. 
    마지막까지 설득을 해도 자가빵집을 고수하면 압박작업을 중단합니다. 
    다른 방법은 2배의 보증금과 월세를 준다며 건물주에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실제 서울시 용답동에는 20년간 일매출 500만원 수준의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빵집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건물 주인이 본인 딸이 쓸데가 있다며 비워달라고 해서 비워주고 보니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왔습니다. 

    원래 주인이 너무 화가 나서 법적 대응도 생각해보고 탄원도 시도해봤지만 일개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일반 개인인 상상도 못할 금액의 임대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비도덕적인 사업 확장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동네빵집이 프랜차이즈에 밀리는 이유로 빵의 맛을 들기도 하는데 이 회장은 자본력에 밀리는 것일 뿐 동일한 조건이라면 자생 가능이 하다고 주장한다.

    “똑같은 규모의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이 경쟁한다면 대부분 동네빵집이 이깁니다. 
    위치가 좋고 매장이 커서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주입장에서 봤을 때는 일매출 200만원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150만원 버는 동네빵집이 더 낫습니다. 

    1년에 수백개의 프랜차이즈 빵집 점주가 사업에 실패하지만 동일한 점포에 다른 사업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이 실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입니다. 
    이는 프랜차이즈빵집 개업자등록이 변경된 경우를 조사하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윤도 동네빵집이 괜찮습니다.”

    “프랜차이즈 빵맛은 천편일률적입니다.
    본사 대형공장에서 냉동생지를 각 점포로 배달하면 해동해서 굽기만 합니다.
    일부는 완제품으로 납품되고요. 

    제빵기술 중 굽기는 단순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빵맛은 반죽의 질감, 배합, 발효, 온도, 기술자의 손맛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동네빵집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제과점 내 주방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맛이 유지됩니다.
    그날 팔 물건은 그날 만드니 유통기한을 표시할 필요도 없어요.”


  •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정상윤 기자


    프랜차이즈가 제과산업을 점령한다면, 우리나라의 제과 기술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에서 제빵 생산인력을 쓸어가듯 합니다. 
    처음에는 월급을 30만원 내외 더 받을 수 있어서 옮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는 기술이라고는 오직 ‘굽기’뿐입니다. 

    문 닫는 동네빵집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제과기술이 퇴보할 것입니다. 
    기술자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월급 인상폭도 작아져 후회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네빵집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노하우도 사라집니다”

    김 회장은 대기업의 부도덕한 사업확장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모 회장이 ‘10년 전 동네빵집을 모두 쓸어버리겠다’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사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지금은 모두 죽기 직전입니다. 

    뚜레쥬르에서 사업확장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파리바게뜨에서도 동반성장에 동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